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방각본이라는 단어도 어렵거니와 살인 사건이라는 단어도 매력적이지는 않다. 백탑파 그 첫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이 출간된 것은 2003년, 이후 2년이 지난 2005년에 백탑파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2년만에 백탑파 시리즈의 명맥이 이어졌으며 세 번째 이야기는 2007년에 출간될 것이라는 예고편을 날린 바 있다.

백탑파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을 나는 두 번째 이야기인 [열녀문의 비밀]을 탐독한 이후에야 찾게 된다. [열녀문의 비밀]에서 미처 풀지 못한 배경을 알고 싶은 호기심이 강하게 발동한 탓이다. 덕분에 이제서야 읽게 된 백탑파의 첫 번째 이야기는 다른 독자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지 않았나 생각한다. [열녀문의 비밀] 초두에 잠깐 언급되는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방각본 살인 사건]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백탑서생들의 만남과 여러 주인공들의 인연과 강점을 세세하게 조명할 수 있었다. [열녀문의 비밀]과 [방각본 살인 사건]을 한 통에 넣고 흔들어 마시는 느낌이다.

[열녀문의 비밀]에서 느꼈던 역사와의 단절된 나를 [방각본 살인 사건]에서는 좁힐 수 있었다. 이미 두 번째 이야기에서 많은 학습이 있었기도 하거니와 백탑파 첫 번째 이야기로 향후 10년간 이 소재를 주목하겠다는 저자의 말이 있어 자연스럽게 백탑파에 대한 역사적 배경 설명이 자세할 수 밖에 없어서이다.

추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두 번째 이야기와 첫 번째 이야기 사이에는 많은 간격이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 그래도 아쉽기는 하지만 - 추리소설이라면 면에서 많이 추리의 방법이나 해설이 다듬어진 반면 첫 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에서는 주인공의 부각을 위해 지나치게 추리소설의 명쾌함과 해결안이 즉흥적이다.

정조 즉위 2년째인 1778년에 시작된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관점에서도 특이하다. 백탑 서생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다른 군주와는 달리 문화 르네상스와 정치 르레상스를 지향하던 정조시대의 역사관과 그 반발에 대한 조명도 흥미롭다. 이러한 느낌은 책의 말미에 언급된 저자의 주장대로 이 소설을 쓰면서 386세대의 아픔과 고뇌를 그렸다는 아련함이 함께 느껴진다.

벌써 백탑파 그 세 번째 이야기가 출간될 2007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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