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는 역사추리소설이다. "김탁환은 흡협귀다"라는 서평을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라는 저자의 지괴소설에서 쓴 바 있지만 이번 역사추리소설은 사뭇 다르다. 저자 특유의 톤과 플롯은 많이 변하지 않았으나 조선시대 르네상스 시대인 정조의 새 정부와 백탑파 인재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맛갈스러움이 더해간다. 

백탑파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인 [열녀문의 비밀]을 나는 첫 번째 이야기를 읽지 않고 손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역사와 담을 쌓고 사는 역사치인 나로서는 김탁환이라는 저자가 주는 매력보다 역사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이 훨씬 큰 까닭이다. 문체며 단어들이 고등학교 시절 고전(국어II)을 읽는 것과 같은 추억도 있고 시대적인 배경덕분에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가 되는 부분도 많으나 역사적인 사실과 소설의 허구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역사치인 내게는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결국 조선시대 르네상스니 백탑파와 실학파 등의 역사적 배경을 그와 다른 역사적인 배경으로 치환하고 내가 선택하는 글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작품이 저자의 손을 떠난 이상 더 이상 작품은 저자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학이론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다른 역사적인 배경으로 치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백탑파는 개혁세력으로 열녀문을 둘러싼 비밀의 온상은 보수세력으로 바꾸어 해석해도 글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조를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꾼다한들 글의 테두리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이제 다시 독서를 재개하고 소설의 깊은 맛을 느껴본다.

[열녀문의 비밀]의 반전은 기대 이상이다. 역사소설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면 추리소설의 새로운 굴레가 글을 주도한다. 역사소설은 역사적인 배경의 한계때문에 소설 그 자체를 제대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있지만 추리소설의 새로운 테두리 내에서 [열녀문의 비밀]과 저자 김탁환을 묶어내면, "음~!"

이 작품의 반전은 최근 유행하는 댄 브라운의 반전 이상이다. 지나친 반전때문에 반전의 초입에서는 긴장감을 극도로 자극하나 반전에 해석에서는 너무 지나친 반전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최소한 소설로서의 재미는 댄 브라운 작품과 비교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소설의 말미에 역사적인 배경과 소설 속의 소설을 해석하기 위한 수 많은 참고서적과 논문의 제목이 제공된다. 최소한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마무리하는 통속소설이 아닌 10년 이상을 지속하겠다는 저자 김탁환의 노력과 의지가 엿보인다. 이 작품은 지난 백탑파 첫 번째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이고 그 간격이 넓지 않았으나 세 번째 이야기는 2007년 여름쯤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소설묶음에 대한 저자의 의중을 읽을 수 있겠다.

역사추리소설에서 역사를 제외하면 너무 가볍지 않느냐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하나의 변명을 더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역사치이기는 하지만 고전치는 아니다.  역사를 벗어 던진다고 해서 이 작품에 두두러지는 고전의 아름다움과 조선시대 삶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벗어던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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