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움직이는 사람들 프라이빗 뱅커
한국PB연구회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베스트셀러만이 좋은 책인 것은 아니다. 난 구석에 감추어진 놀라운 책을 발견하고 희열을 느낀 경험이 많다. 가끔은 구석에 감추어진 오래된 책 속에서 비급을 발견하고는 한다.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졌으나 목숨을 구해게 된 동굴 속에서 오래된 비급을 발견한 경우와 흡사하다.

이 책이 그러한 책이다. 매경에서 출판되었고 좋은 저자들을 모아서 알찬 글을 일궈냈으나 구석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책이다. 2002년 1쇄를 끝으로 세간의 이목을 떠난 이 책은 매 페이지 매 페이지가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여 준다. 모름지기 책의 글자들이 내게 덤비는 듯 하지 않다면 무슨 독서의 맛을 느낄 수 있겠는가? 독서는 간접경험의 극대화인데 간접경험의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무슨 독서의 참 맛이라고 하겠는가?

물론 내가 이 책을 극찬하는 반면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한데는 충분한 배경이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PB(Private Banker)들의 간접경험을 얻고 싶었던 것이고 다른 독자들은 PB에 대한 관심보다는 부자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을테니 - 그 것도 PB의 개념이 생소한 2002년에 - 베스트셀러하고는 일찌감치 담을 쌓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책이다.

이 책에서 PB들의 세상을 그나마 솔직하고 경험할 수 있다. PB관련한 우리나라 유일한 책이라고 봐도 좋고 최근까지 국내 저자가 쓴 "부자이야기"가 아닌 "PB이야기"로도 역시 유일한 책이다. 최근 일본 저자가 쓴 "PB이야기"가 출간되었으나 그 책은 PB의 경험담과 고백보다는 PB개론서에 가까운 책이라 나와 같은 일반독자와는 무관한 책이리라.

이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 "나도 PB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이하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권에 재직하는 사람이 아닌 비금융권 경험자가 PB가 되는 길이 현실적으로 막혀 있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차라리 이 장은 없는 것이 나을 뻔 했다. 그저 "PB에 대한 꿈을 가져보아라"라는 식의 막연함이 대부분이다.

3부의 "PB는 이렇게 일한다"는 그야말로 이 책의 압권이다. 내가 알고 싶었던 핵심부분이고 선직국의 경우 40세의 PB라면 "Baby"라고 애칭을 부른다니 가히 전문가의 세상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PB의 일하는 방식도 훌륭하나 부자들의 PB를 다루는 방식 역시나 훌륭하다. 내게 도전의식을 갖게 해 주는 한편 약간의 좌절감도 느끼게 만드는 솔직함이 담겨있는 책이다.

솔직한 PB들의 세상을 엿보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혹은 PB선진국의 경험과 사례를 보고 자극받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먼지속에 감추어져 있는 이 비급을 찾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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