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하는데 꽤 빠른 편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초판일을 살펴보니 2001년 9월이다. 일본 저자의 글을 썩 내켜하지 않는 나의 편견때문에 좋은 책을 선택하는데 수 년이 걸린 셈이다. 2005년 들어서 이 책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는 [사색기행]으로 최근에 더욱 유명해진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른 저서를 손에 넣고 싶어서이다. 워낙 다작을 남긴 저자인바 그 영역이 너무 넓어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책으로는 지금 선택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라는 이 저술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더우기 [사색기행]을 통하여 저자의 다작과 다독을 눈치 챈 독자라면 저자의 독서술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을 갖게 된다.부제로 붙어 있는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에서 보이듯 작품의 내용은 주로 독서와 관련한 저자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색기행]에서 익숙해 져 있듯이 대부분의 글이 강의록과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독서론이라는 관점에서 모아 둔 책이라고 보면 정확하다.독서론 관련하여 국내의 여러 필자들이 저술한 바, 독서론 그 자체만으로는 새로운 것이 없다. 내가 쓴 독서론 관련한 블로그의 글도 이제 보면 다치바나 식 독서론과 사뭇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세계적인 독서광이라고 해도 좋을 다치바나 다카시와 견줄 만한 독서론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독서를 통하여 지금의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다른 필자들은 다 이룬 후에 독서론을 저술한 것이니 그 어찌 내공의 수위가 같겠는가?독서론 그 자체람으로는 참으로 독특하다라고 꼬집어서 말할 만한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 독서광이라면 비슷 비슷한 독서술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과 겁없는 솔직함이 두드러진다. 책을 빨리 읽어 내는 나로서는 출퇴근하면서 독서하는 시간이 많아 필기하고 줄을 긋기보다 더 없이 놓치기 싫은 좋은 문구가 있는 경우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 놓는 것이 유일한 표시이다. 결국 좋은 책은 수 없이 접혀진 표식이 많다라고 봐도 많이 틀리지는 않는다. 책을 들어 귀퉁이를 보니 책의 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많은 페이지가 더덕 더덕 접혀져 있다. 처음부터 뒤로 가면서 더 많은 것을 남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가장 특이한 것은 서재론이다. 독서론이야 나름대로 나만의 독서기준도 있고 독서술도 있으니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부분이 많지만 서래론은 처음이다. 세계 최고의 독서광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저자의 서래론 하나만을 엿 본 (실제 그림으로 엿볼 수 있는 삽화가 있다) 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분명 모든 사람에게 가치있는 책은 아니리라. 하지만 독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일독하기를 권한다. 독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