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수의 결사단 1
훌리아 나바로 지음, 김수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작품 역시 역사추리소설에 해당한다. 최근의 역사 추리소설 붐으로 인하여 이제는 진면목을 따져가면서 작품을 선택해야 할 정도이다. 붐이 일어나면 언제나 기대하지 않았던 역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새롭게 출간된 [성 수의결사단]이라는 역사추리소설을 손에 집어드는데는 자연스러운 망설임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리면 [성 수의결사단]은 나름대로의 재미와 특이함으로 "어쩌면~"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작품을 손에 넣게 된다.

저자인 훌리아 나바로는 스페인에서는 유명한 정치평론가이다. 소설가로서의 재능보다 지금까지 그의 성공을 가져온 것은 정치평론이었고 입담 센 스페인 정계에서 이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입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경력을 보았을 때 [성 수의결사단]이라는 소재의 소설을 구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특이하다.

더우기 스페인은 인구의 95% 이상이 카톨릭 신자인 대표적인 카톨릭국가이자 로마를 제외하고 카톨릭유적을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나라이다. "성 수의"의 진위여부와 "성 수의"와 관련된 여러 암투를 소재로 소설을 전개해가기에는 저자의 출신성분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1편에서 보여 준 작가의 애매모호함은 이러한 특이함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배어나온다. 스페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페인사람이 - 그것도 대도시의 풍요로움으로 스페인스러러움을 잊게 되는 바르셀로나 사람이 아닌 마드리드 사람이 - 작성한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뜨거운 열정과 한이 엿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본질적 특성때문에 작가는 배경을 이태리로 옮기게 되고 스페인스러움과 이태리배경과 이태리 출신의 주인공들로 구성된 이태리스러움(?)이 복합되어 강하게 풍겨나오는 셰리향이 포도주향과 섞여버렸다.

[성 수의걸사단]의 1편은 아직 극적인 긴장감이 감돌지는 않는다. (지금 나는 2편을 읽기 전 1편의 감상을 적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1편에서는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순조로운 톤으로 2편에서 전개될 암투와 "성 수의"를 둘러싼 진실과 거짓의 향연을 위한 여러 장치를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암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이전에 사전 준비운동과 오프닝 세리머니를 진행하고 있는 형상이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과 2편에서 전개될 스토리의 강한 맛을 기대해도 좋다는 긍정으로 1권의 감상을 마무리하련다. 아마 1편과 2편을 한숨에 읽어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이 감상글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부디 2편의 기대감이 투영되기를 기대하면서 2편으로 달려간다. 나의 최종적인 [성 수의결사단]에 대한 감상평은 2편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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