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현감 귀신체포기 1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이가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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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은 흡혈귀이다. 하지만 현세에서 흡혈귀라는 사실을 잊고사는 과거를 잃어버린 흡혈귀이다. 김탁환은, 역시 흡협귀이며 과거에 전우치였던 친구와 러시아로 여행을 떠나고 또 다른 미녀 흡혈귀를 만나 과거의 기억을 되새긴다. 김탁환은 부여현감으로 친구는 전우치로 러시아 미녀 흡혈귀는 비구니승으로 과거에서 다양한 이물과 대화하고 사건을 해결하면서 한 생을 살아가며, 비구니승과의 이루기 힘든 사랑을 부여현감은 선택한다.

이와 같은 줄거리로만 요약된다면 이 작품은 밋밋함으로 끝이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작품을 우리나라의 [요재지이]로 끌어올렸다. 총 6권의 두터운 요재지이는 한 편 한 편의 짧은 이야기거리로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며 많은 이물들이 등장한다. 한편 이 작품에서도 여우, 용왕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이물이 등장하는 한편 우리만의 이물들이 재창조되고 발견되는 맛이 있다. 요재지이와는 다른 우리들의 이물은 매력적이다.

2권으로 구성된 대부분의 내용은 부여현감과 전우치, 비구니승 3명이 함께 풀어가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그제서야 이 작품의 제목이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여현감의 활약 중 [요재지이]에서는 느끼지 못하였던 가슴을 누르는 통증이 느껴진다. 안타까움과 슬픔과 한이 느껴지고 비구니승과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슬픔이 극에 달한다. 무엇이 넘치는 재미로 무장한 이 작품에서 슬픔을 느끼게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을 손에서 놓을 무렵에는 "정말 재미있었다"라는 마음과 가슴아린 슬픔이 같이 남아 있음을 지작하게 된다.

저자인 김탁환은 우리에게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대작으로 더 익숙하다. 아직은 저자 김탁환의 정체를 어떻게 정리해야할 지 낯설다. 역사소설가? 추리소설가? [불멸의 이순신]과 그간의 비슷한 작품들로만 평가하기에는 아직은 가지고 있는 많은 부분을 보여주지 않은 듯한 작품의 경지가 갈수록 새롭고 높아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다.

흔한 소설책과는 다른 저장하고 싶은 소설책으로도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화가 백범영님이 그려놓은 중간 중간 칼라로 인쇄된 동양화는 이 책을 간직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매력덩어리로 승화시킨다. 알듯 모를듯한 우리만의 이물도 잘 나타나 있다.

저자 김탁환이 흡혈귀로 거듭나는 과정과 전우치가 현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등 부여현감을 둘러싸고 있는 과거와 현세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작업도 나름대로 흥미롭다. 2권의 책을 다 읽고서 다시 1권의 처음으로 돌아와 책을 읽어내려가면 메뵈우스의 띠가 소설에도 적용됨을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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