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 1
김진명 지음 / 대산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김진명이라는 작가와 도박사라는 주제는 영 연결이 쉽지 않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이후에 발표된 작품들에서 보이듯 김진명 작가를 현실적이면서 정치와 외교를 오가는 초대형작가로 최소한 나는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낯설음을 피하고 싶어서인지 이 책의 뒤편에 김진명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다. 왜 이런 주제를 택하였는지, 그렇다면 향후에도 그간의 기조를 뒤집는 이와 같은 작품을 펴 낼 것인지 등에 대한 인터뷰 글이 의외스러울만큼 장황하게 실려있음은 김진명 작가의 기존 작품과 이 작품과의 차이가 얼마만큼 나는 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배경을 뒤로 하고 이제 책을 집어드는 순간 예전 작품과 달리 훨씬 더 빠른 템포와 주인공들의 대화체 서술 등 술술 읽혀나가는 소설에 푹 빠지게 된다. 사실 기존의 도박을 다루었던 많은 영화나 소설에 비하면 극적인 반전은 단 한 번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으나 도박과 관련하여 작가는 세세한 재미를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고 인간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이 목적인 바, 그와 같은 잔재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굵직한 펜으로 서술하듯 펼쳐가는 소설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최적의 독서대안이다. 마치 그렇게 읽어주기를 워하는 듯 큼지막한 글자폰트와 줄 간격 등 기존의 소설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시도이기는 하다. 2권의 소설을 한 권으로 묶어도 될 것이라는 추측도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 소설의 굶직함과 빠른 템포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도박사를 통해서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도박의 위험성이나 인간성 회복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고 느껴지는 바이지만, 한 편으로는 지나치게 저자의 의도가 강조됨이 책의 재미를 조금은 떨어뜨리는 감이 없지 않다. 다만 기존의 작품과는 달리 차별적인 작품을 써 내려간 저자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충분히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김진명 저자의 소설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2권의 두꺼운 소설이 마치 한 권의 짧은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듯한 재미와 긴박감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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