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도인 1
이대성 지음 / 드림필드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초장편 판타지소설이 많아지면서 주말에 후딱 끝내버릴 수 있는 무협소설이 오히려 아쉬워진다. 예전에는 무협소설이 5권 정도가 표준이었으나 그도 이제는 10권이 넘어서는 장편이 되니 사악도인이라는 이 작품은 그런점에서 만족이다. 너무 가볍게 후다닥 마감되지도 않고 다음 편을 기약하다 목이 빠지는 (예:묵향) 그런 정도도 아닌 주말을 보내기에는 맛갈스러운 분량이다.

무협지에서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하고 책을 읽지는 않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라는 내 지론을 굳이 여기에서 더 설파하고 싶지는 않다. 무협지는 그져~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무협사전을 펴놓고 계파를 따지고 내공을 측정하고 계보를 그려보는 사람도 보았으나 무협지를 보는 사람치고 계보를 머리속에 넣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도 싶다. 하긴 무협지를 처음 접할 무렵에는 노트에 계보와 주특기를 낙서해 본 적이 있었던 것도 같다. 재미! 이 책은 84년생이 쓴 무협지이다. 예전 무협지의 재미는 뜯겨진 야한 스토리가 덕지덕지 묻어나는 책이었으나 지금의 무협지에서 그런 재미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무협지의 맛은 바뀌어간 Tone에서 느껴야 한다. 주인공의 21세기 버젼에 맞는 독특한 대화들, 21세기에 걸맞는 독특한 무대설정과 상황설정. 무협지의 고수가 쓴 머리아파지는 음모보다는 그져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재미가 이 무협소설에는 담겨있다.

무협소설을 처음 써 보는 저자의 발전성향(?)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다. 1권에서 2권, 3권, 갈수록 글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달라진다. 그만큼 저자는 이 무협소설을 써 내려가면서 스스로 익숙해져가고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글이 부실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 글이 장황한 부분도 있고 글이 단숨에 써 내려간 부분도 있다. 이게 궁금하거든 그 궁금증을 마지막 기자의 원고독촉에 대처하는 저자의 처세에서 느껴보는 것도 재미다.

무협소설의 감상으로 뭔가 엄청난 것을 바라지말자. 무협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사실 계보에 대한 설정이나 상황에 대한 설정이나, 무공의 강약을 다루는 설정에서 엉성함이 많다. 하지만 그런 엉성함보다 글의 Tone이 재미있으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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