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블로그가 좋다 - 나를 표현하는 나만의 공간
김중태 지음 / 이비컴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서문에서 밝혀두듯이 결국 블로그 초보자가 블로그에 대한 책을 쓴 셈이 되었고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블로그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다루고 있으며 저자 나름대로의 블로그에 대한 정의를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의 압권은 책의 서두에 맛뵈기로 소개되는 블로구강호(佛路求江湖)라는 17페이지에 해당하는 소개글이다. 독립불로구 문파/심미지공 문파(Design)/한국어 문파(Foreigner)/정보 문파/상점과 표국(Business blog)/기타 불루고 문파 등올 대별되어 사례를 무협지 버전으로 소개하는 저자의 국문학도다운 맛갈스러운 블로그 사례의 소개글이다.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내 직업적 필요성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불로구강호 대표 문파의 분류와 소개는 저자의 블로그에 대한 관점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어서 사뭇 흥미롭다.

책의 1장인 [처음 시작하는 블로그]는 블로그의 개념과 정의, 역사 및 철학 등 블로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인 초보자를 위한 블로그 소개라는 저자의 의도는 이 1장에서 충분히 성공적으로 다가선다. 국문학도이자 IT관련 지식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의 약력처럼 해외에서 발간된 (그리고 일부는 번역된) 다른 블로그 소개 도서처럼 끙끙거리면서 읽어야 하는 아픔이 이 책에는 없다. 혹 블로그에 대한 첫 도서를 골라야 한다면 이 책은 그런 아픔을 사전에 막아낼 수 있는 부드러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블로그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특성, 철학과 다양한 사례로 이 책의 매력은 1장에서 이미 충분하게 설파되고 있다.

2장에서 8장까지의 블로그 사용하기는 화면 하나 하나를 떠내 쉽게 사용자가 따라할 수 있는 소위 [나도 하루면 김중태처럼 할 수 있다]버젼이고 나로서는 2장에서 8장까지 다 읽는 데 10분 가량이 소모된 부분이다. 블로그를 설치하고 개발자관점에서 혹은 고급 사용자관점에서 접근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훌륭한 바이블이나, 포털업체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로 만족하는 나의 경우에는 훌륭하나 내게는 불필요한 영역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이 책의 지루함을 다시 9장의 [공개과 공유의 의미는]이라는 영역에서 저자는 반전시킨다. 내 직업이 컨설턴트이고 컨설턴트의 고민이 어디까지를 고객에게 공개/공유해야 하며 어디까지를 공개강좌에서 혹은 글이나 저서로 공개해야 하는 지 그 경계가 모호한, 그래서 항상 같은 고민을 반복해야 하는 나의 고민을 저자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다시 파헤친다. 공개된 매체일수록 성공적인 매체로 살아남는다는 저자의 지론은 이미 저자의 성공에서 찾아 볼 수 있으나 공개와 공유의 철학을 블로그와 연게하여 다시 풀어 설명한다.

10장 이후에서 블로그의 활용과 블로그 문화, RSS에 대한 설명, 그리고 비즈니스 블로그에 대한 약간의 설명등이 더해지면서 이 책은 마무리를 향해 달려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특유의 문체로 쓰여진 바퀴벌레 버젼이지만(지하철 버젼과 반대의 뜻) 그 가치는 블로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블로그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엿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서임에 틀림없다.

비즈니스 블로그에 대한 연구와 활성화방안에 대한 연구 등 개인적인 짐을 아주 많이 덜어주지는 못한 아쉬움이 많으나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블로거들의 필독서이다. 다만 블로그에 대한 가벼운 이해만 필요하거나, 블로그의 철학이 필요하지 않는 블로거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무게를 지닌 책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블로그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도전받을 수도 있다는 저자의 고백은 1세대 블로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블로그가 기업에서 혹은 공공기관에서 받아들이는 단계로 접어든 지금은 블로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블로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블로그의 철학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는 바, 그 범주와 기틀을 이 도서는 넘치도록 제공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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