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 1
포송령 지음, 김혜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 요재지이라는 책은 중국의 8대 기서에 포함되어 있으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책이다. 나 역시 어렴풋한 기억으로 책 제목을 검색하는데 한참이 걸렸고 총 6권이나되는 대작이라는 점때문에 놀라기도 하였다.

옜날 이야기를 좋아하고 전설의 고향이나 환상적인 판타지를 그리워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그런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채워준다. 총 6권에 걸친 약 500여편의 단편들은 긴장을 잠시도 늦춰놓지 않으며 재미와 환상과 옜 삶에 대한 그리움을 선사한다.

천녀유혼의 원작이 이 방대한 이야기책 중의 하나에서 펼쳐진 것임을 안다면 놀라울 것이다. 천녀유혼과 같은 이야기가 500편이 쌓여 있다고 생각하면 한꺼번에 다 읽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5권까지 마구 읽어나가다 6권은 아까운 마음에 책상 한 편에 치워놓고 있다면 이 책의 재미를 느낄만한가?

책을 읽고 있노라면 천녀유혼과 같은 영화장면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중국의 귀신과 한국의 귀신은 등장하는 장소나 배경도 사뭇 다르다는 재미도 찾아낼 수 있다. 환상적인 배경과 은원관계, 요염함이 중국 귀신의 특성인가 보다. 이 책에 나오는 중국의 정령, 귀신, 여우, 신령, 장군신과 염라대왕, 상제 등은 재미와 함께 교훈을 들려준다.

책의 저자 포송령은 반정부스러운 나름대로의 신념을 귀신을 통해서 설파하고 복수한다. 탐관오리를 처벌하는 귀신이나 여우, 효도하는 사람에게 복을 내리는 정령이나 호신 등 교훈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다만 어린이에게 이 책을 읽히게 하는 것은 좀 무리라고 본다. 한 권으로 된 어린이판 요재지이가 그래서 발간되었나보다. 현란한 문체에 실린 아름다운 사랑과 환상적인 에로티시즘 (무협지만큼은 안된다)이 군데 군데 펼쳐지니 어린이에게 읽히기에는 조금 무겁고 에로스럽다.

재미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재미와 환상과 반성을 경험하기를 기대해본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도서이나, 6권 전질을 한꺼번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향이 있으니 숙제하듯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1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반면 이야기거리에 목말라 하는 독자라면 6권 전질을 구매해도 아깝지 않을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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