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지난 작품 이후 6년이 지났다. 이번에도 주인공이 등장하는 방법과 플롯은 예전의 작품과 비슷하다. 오히려 이제는 부자연스러움이 없는 댄 브라운만의 자연스러운 플롯으로 여겨질 만하다. 기호학자인 주인공이 풀어내는 암호의 해독도 예전 작품처럼 자세한 설명은 생략된다. 오히려 암호 속에 다른 암호가 숨겨져 있어 계속 양파의 껍질을 벗겨가는 구성으로 독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에 '내가 놓친 부분이 어디일까?"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정교함이 예전 작품보다 더 강화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워싱턴 DC를 대상으로 프리메이슨의 비밀의 찾아나서는 구도이다. 언제나처럼 선과 악의 대결은 여전하나 이 번 작품을 읽어 가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Ambiguity (애매모호성)을 담보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여러 문화재와 공공기관 내 숨어있는 프리메이슨의 비밀 코드를 찾아 나서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 작품 발간 이후, 워싱턴 DC의 관광객이 4배 정도 늘었다는 소식이다. 여러 건물과 기관에 프리메이슨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을 하나씩 흩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프리메이슨에 집중하는 대신, 주인공이 암호를 풀어가는 방법과 갖가지 암호에 숨겨져 있는 신화, 비술, 마법 등을 재미삼아 하나씩 섭렵해 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 작품에서는 예전처럼 섬세한 설명보다는 독자 스스로 풀어보라는 식으로 문제풀이만 있고 해법을 다 써 두지 않은 장치들이 많다. 직접 연필로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며 책 여백에 써 보는 것도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한편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번 작품의 전반적인 톤이 뉴에이지 운동과 함께 하는 것을 여기 저기에서 훔쳐보게 될 것이다. 주인공인 랭던 교수의 독백에서, 랭던 교수의 친구이자 멘토인 피터의 설명에서, 그리고 피터의 동생이자 과학자인 캐서린이 연구하는 노에틱 사이언스에서 절정에 달한다. 아주 슬쩍 흘리고 지나가는 홀로그램 이론도 언급될 정도라면 그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프리메이슨이라는 주제와 다른 또 다른 한 갈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역시 노골적인 것은 아니다. 마지막 설명에 "고대의 수수께끼는 곧 성경이다"라는 말이나 프리메이슨의 간부가 성경에서 기초한 여러 의식을 집전하는 등 저자는 이 번 작품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떤 시각에서 이 작품을 해석해도 좋겠다. 이 번 작품은 보는 각도마다 다른 빛을 보여주는 섬세함이 있으며 예전 작품과는 달리 더 많고 강한 사실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워싱턴 DC나 프리메이슨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또한 뉴에이지 운동이나, 노에틱 사이언스 등의 철학과 종교관에 기초한 저자의 설명에 관심을 둔다면 그 또한 좋은 시도이다. 댄 브라운을 좋아했던 예전 독자라면 이번 작품 역시 반드시 필독해야 할 그 만의 특징이 담겨 있다. 아니 6년전 보다 훨씬 깊이가 있다고 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