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다 못해 "더" 발칙한 한국학 저서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한국이름 왕백수라는 J. 스콧 버거슨과 그의 친구들이 기고한 글을 모아 발간되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든 나는 자연스럽게 "외국인이 발견한 한국"에 대한 기존의 책들이 꽃혀 있는 서가에 책을 위치시켜 놓았다. 미녀들의 수다가 아닌 추남들의 수다 버전이라는 편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시작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서서히 서가에 차지할 자리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살사, 영화, 음식. 사회 부조리와 철거문화 등 소위 국제학이 아니라 문화? 아니면 사회비평? 저서들이 널려있는 공간이 더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강해진다. 이 책은 한국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 문화에 정통한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한국에 처음으로 살사 문화를 소개한 외국인, 김정일에 영화를 공급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 낯선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려 최선을 다했던 음악가, 국내 시위현장에서 시위에 참가하는 국제 시위꾼과 촛불시위의 비굴한 면을 포착하는 외국인 친구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한국의 문화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한국 문화의 발전에 공헌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엑스펫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 진정성과 함께 한국에 소개한 새로운 문화, 혹은 한국을 알리는 노력 등이 전설처럼 그들의 독백과 인터뷰를 통해 전달된다. 한참을 읽다 보면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외국인인지 의심하기 시작하고, 소위 엑스팻 (expat) 이라는 단어를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한다. 한국 문화에 대해 외국인에게서 한 수 배운 느낌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에서 특별한 기억을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는 한국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엑스팻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에서 우리가 몰랐던 한국을 발칙하게 발견해 보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