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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미치 앨봄의 작품은 이제 모두 읽었다. 어쩌면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라는 단 두 권의 책으로 우리를 사로 잡았으니 [단 하루만 더]라는 이 작품을 더하면 미치 앨봄의 모든 작품을 읽은 것과 다름 없다. 이 세 권의 책 모두 죽음과 대면했을 때 오히려 우리 삶의 진정한 이유가 드러난다는 작가의 생각이 각기 다른 환경과 주인공으로 배치되고 있다.
[단 하루만 더]라는 영화에서 자주 만났을 법한 제목에 예비 독자는 이 책의 선택을 주저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 글의 내용은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그의 죽은 어머니를 대면하는 하루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재밌게도 이 책이 그래서 유령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뻔한 스토리로 예상되는 이 책을 미치 앨봄의 기존 작품에서 얻었던 독서의 희열과 감동 덕에 주저하면서 책을 선택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치 앨봄의 세 권의 책은 같은 주제롤 다른 환경에서 설명하고 있으나 세 권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분명 다르다. 첫 번째 작품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가장 두꺼운 질감으로 표현되어 무겁다면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가벼운 질감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으로 재미를 배가시켰다. [단 하루만 더]는 [화요일]처럼 두꺼운 질감도 아니고 [천국]처럼 부드러운 질감도 아닌 짙은 농도의 무게감을 재미있는 구성으로 압축하고 있다. 마치 재미로 중무장한 영화이나 주제나 배경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무거워 혼자 보게 되는 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세 권의 작품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지만 이 책의 주제는 죽음보다는 어머니라는 단어가 더 정확한 주제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를 만나 느끼는 후회, 회환, 오해, 이해 등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작가는 "단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과 "어머니"라는 가슴뭉클한 단어를 결합하여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고 독자 스스로 주인공과 같은 깨달음과 감동에 이르도록 안내하고 있다.
극단의 표현을 위해 "어머니"라는 관계를 이끌어 내었으나 독자는 이를 스승, 형제, 동료 등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그 영역을 무한으로 확대할 수 있다. 우리들 인간의 유한한 시간과 추억의 성질을 인연과 관계의 문제로 승화시키는 이 작품은 그래서 단 시간에 베스트셀러로 승격되었는지도 모른다.
[단 하루만 더]라는 영화 속의 상투적 배경에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작품의 선택을 주저하지 않아도 좋겠다. 저자는 독자의 그러한 한계 설정을 스스로 간파하고 이 작품 안에 여러 비밀 장치를 해 둔 바 있다. (이 구성은 추리소설의 답과 같아 아직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남겨두련다.)
2006년 년말을 맞이해서 읽기에 그만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