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평가를 해본다면
[살인 증후군] > [실종 증후군] > [유괴 증후군] 순서로 재미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4명으로 이루어진 비밀수사팀이다.
리더인 다마키 게이고를 주축으로 하라다 마사이치로, 무토 다카시, 구라모치 마사히에 3명은
경시청의 비밀 의뢰를 받아 사건을 조사한다.
현재 경시청 경무부 인사2과에 근무 중인 다마키 게이고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경찰 근무를 하다가 퇴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리즈 첫 권인 [실종 증후군]은 일종의 멤버 소개서를 겸하고 있다.
각 멤버의 개성을 알 수 있는 짧은 에피소드로 문을 열고
하라다 마사이치로의 이야기로 문을 닫는다.
도쿄 곳곳에서 실종된 청년들에 관해 조사하던 멤버들은
실종된 사람들의 신분이 서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보니 그들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책 속의 내용은 이 실종 사건 조사에서 시작해 점점 번져나가
결국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이른다.(상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
개인적으로는 그 뒷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 누구도 몰랐지만 '묘한 공통점이 있는 실종자'라는 떡밥은 꽤 훌륭했다.
그런데 그 사건은 의외로 너무 맥없이-극적인 뭣도 없이-비밀이 밝혀지더니
난데없는 '악'의 난입이라니.
읽다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괴 증후군]은 멤버 중 무토 다카시가 주인공이다.
탁발승인 그는 매번 같은 곳에서 휴지를 나눠주는 남자와 안면을 트게 되고,
그가 재벌집 후계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한국인 여자와의 결혼을 결사 반대하는 아버지와 의절하고
여자와 도망쳐서 어렵게 살림을 꾸리고 있었다.
그가 사라졌다가 갑자기 무토 다카시 앞에 나타난다.
자신의 아이가 유괴되었는데 유괴범이 돈을 요구하면서 그 운반자로 무토 다카시를 지정했다는 것이다.
무토 다카시는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현금 운반에 나서지만
교활한 범인이 속임수에 넘어가 범인을 놓치고 현금만 뺏기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아기는 시체로 발견된다.
한편 멤버에게 떨어진 과제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유괴를 하지만 잡히지 않는
똑똑한 유괴범을 잡는 일이다.
이 책 역시 앞선 [실종 증후군]처럼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 진행된다.
이 작가는 그런 걸 너무 좋아하는 듯?
일단 죄책감을 가진 무토 다카시가 자신을 속인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과
멤버들의 유괴범 수사 과정, 유괴범에게 속아서 이용당하던 여자가
진실을 점점 깨달아가는 과정이 각기 그려진다.
책소개 등에서 유괴범 '지니어스'를 내세우는 것에 비해서
책 시작은 무토 다카시라 뒤에 지니어스 편의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맨 뒤로 뺀 이유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정말 겉도는 느낌인데다,
지니어스를 고발하는 과정이 참으로 황당하다는 것,
무토 다카시 관련된 유괴사건의 결말이 너무 예상하던 그대로라는 것 3가지 때문이다.

[살인 증후군]은 시리즈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다.
일단 책 자체가 다루는 주제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문제이다.
'내 가족을 죽인 살인범이 제대로 된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대부분은 분노하고 괴로워하고, 복수하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힘들 것이다.
그런데 [살인 증후군]에는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멤버 중 하나인 구라모치 마사히에의 돌출행동이 벌어진다.
이미 여러 책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주제를 가지고
작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여기서도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여전히 글의 맥락이 끊기긴 하는데 앞의 2권보단 참을 만하다.
다른 책과 달리 2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를 자극한다.
각각의 이야기들도 앞의 책들과 달리 비교적 잘 연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