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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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년법이 문제이긴 문제인가보다.
최근에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은 딸을 살해한 범인이 소년법으로 보호받자
그 아버지가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내용이었는데 [천사의 나이프]는 아내를 살해한 소녀들이
소년법으로 보호받는 것에 분개한 남자가 몇 년이 지난 후 가해자 소년 중 한명이 살해되자
오히려 범인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여러 작가가 다룰 정도라면 일본 내에서 꽤나 논쟁이 되는 이슈라는 말일 텐데,
앞으로 현실에서 일본의 소년법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된다.

그럼 소설 [천사의 나이프]에 대해서만 말해보자.
일단 알라딘 책 소개에
"소설의 주인공은 커피숍을 경영하며 다섯 살 어린 딸과 둘만의 삶을 사는 히야마 다카시.
히야마는 3인조 강도에게 아내를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의 범인들은 열세 살 중학생들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소년원행 처벌에 그쳐
많은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이후 깊은 분노를 품고 살아가던 히야마에게
경찰이 찾아와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4년 전 그 사건의 범인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복수심을 버리고 남은 소년의 죽음을 막으려는 일에 나서는데…"
라고 되어 있는데 잘못된 요약이다.
주인공 히야마는 절대 복수심을 버리지도 않았고, 남은 소년의 죽음을 막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히야마는 3년 반 전에 아내를 잃었지만 소년법에 의거해 범인의 이름조차 가르쳐주지 않고,
사건의 진행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주지 않는 경찰에 분노해 언론 앞에서
"범인들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외친다.
그리고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겉으로는 평안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해자 소년 한명이 죽고, 그 살해장소가 히야마의 가게 근처라는 이유로 용의자로 의심받자
도대체 그 소년들은 어떻게 지내나, 과연 인권론자들의 주장대로 갱생하고 있나 궁금해
직접 조사에 나선다.
절대 남은 소년의 죽음을 막겠다는 생각따위는 가지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죽거나 말거나 상관 없다, 그렇지만 의심받는 상황은 싫다,는 게 정답이다.

저자는 히야마의 조사 과정을 통해서 소년법의 또다른 문제를 재기한다.
가해자인 소년의 인권은 이토록 철저히 지켜지고 그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는 넘치는데
정작 피해자의 가족에 대한 배려는 어디 있는가!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정작 가해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받고
피해자 가족은 재판이나 수사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없다.
가해자가 소년원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처한 상황을 극복하는 동안
피해자 가족은 매스컴에 시달리며 전문가의 도움은 꿈도 꿀 수 없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일인가.
저자의 끝없는 질문에 나는 일본인이 아니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목적이 분명한 소설인 만큼 주제는 잘 드러나고 있다.
다만 소설의 재미라는 측만으로 말한다면 결말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을 짐작하게 하는 정보도 부족하고 특히 가장 마지막의 에피소드는
과연 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어쨌든 쉽게 잘 읽히는 소설인 건 사실이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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