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도연대 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작가의 책들은 대체로 좋아하지만 이번 <백기도 연대-풍>은 좀 실망스럽다.
어느 정도냐면 책장 넘기기가 너무 힘들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작가의 장광설과 끝없는 설명에는 익숙해졌지만 여기서처럼 돌고 도는 말장난은 짜증스럽다.

예를 들어 'A는 Z이다'라는 사실을 설명한다고 치자.
이 앞의 책들-손안의책에서 나온 시리즈 포함-에서는 A에 대해서 계속 설명을 한다.
A가 왜 A인지, A일수밖에 없는 이유, A의 기원과 종류 등
곁가지가 좀 많기는 해도 오로지 A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니
다소 지루하기는 해도 신기하고 새로운 맛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A는 Z이다'라고 말하면 '아, A는 B라고요?' 하고 반문한다.
그럼 또 '그게 아니라 A는 Z라고' 하면 '아, A는 C인 거죠?' 한다.
그렇게 하릴없이 과연 이 화자는 뇌가 있긴 한 걸까 의심스러운 문답을
수쪽에 걸쳐 한 후에야 간신히-독자는 이미 첫 문단에서 A는Z라는 걸 인지했는데!-대화가 끝난다.
너무 힘들다.
차라리 현학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피력하는 게 낫지 덤앤더머 같은 대화는 보고 싶지 않다.

실려 있는 단편들은 여전히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저 머저리 같은 대화로 쓸데없이 페이지 까먹는 것만 빼면.
솔직한 심정은 작가가 페이지 채우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내가 대학 때 리포트 페이지 채우려고 같은 말을 단어와 문장만 바꿔서 반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음 책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낭비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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