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소년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만화와 소설에서 다뤄줬다.
출간된 지 꽤 오래된 만화 <사이코메트러 에지>에도 이 소설과 유사한 내용의 챕터가 있었다.
거기서는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전직 경찰이 자신의 손녀를 처참하게 살해한 용의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데다 가해자들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분노하여 가해자들을 차례대로 살해한다.
조금 다르지만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연인이나 가족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줄거리의 소설도 있다.
<상복의 랑데부>나 <일골 개의 장미송이> 같은.

<방황하는 칼날>은 결코 새롭거나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일본인이 아니라도 일본소설이나 만화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은 그 문제점을 접해보았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방황하는 칼날>이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힘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
어떤 소재, 어떤 전개라도 글을 읽는 사람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방황하는 칼날>은 나가미네가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보러 간 15살짜리 딸의 귀가를 안절부절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9시에 불꽃놀이가 끝나면 오기로 했는데, 재미있게 잘 놀고 있을까, 지금 전화하면 간섭 심한 아빠로 보이겠지 등등.
그런 걱정은 9시가 넘어가고 10시가 되어 가면서 폭발한다.
나가미네는 딸에게 전화를 하지만 통화가 되지 않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경찰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뿐.
결국 나가미네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딸은 이틀 후 시체로 발견된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가미네에게 이상한 전화가 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범인의 이름을 알려주며 범인이 살고 있는 곳까지 알려준다.
나가미네는 그 말이 진위를 고민하다 일단 부딪쳐보기로 하고 범인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딸 에미가 두 남자에게 유린당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오열한다.
나가미네가 간신히 감정을 추스를 무렵 범인이 집으로 들어오고, 나가미네는 이성을 잃고 범인을 살해한다.
그리고 남은 한명까지 죽이기 위해 경찰을 피해 도망자가 된다.

이야기가 정말 스피디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흐름을 놓칠 정도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큰 기교를 부리지 않고 일직선으로 인물들의 흐름을 그려냈다.
아마 이 책이 복잡한 트릭으로 독자와 두뇌싸움을 하려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소설이 되었다.

정교한 알리바이와 트릭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지만
강렬한 소설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어색했던 점:
글의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였겠지만 나가미네가 수수께께의 인물에게 범인의 이름과 사는 곳을 들었을 때 경찰에 알리지 않고 바로 직접 가는 것이 의외였다.
일본에서는 소년법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그래도 경찰에 알리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
전화를 받고 바로 경찰에 알리면 제대로 처벌하기 힘들겠지, 일단 제보의 진위여부부터 가리자 이러면서 직접 이동하는 것은 어색했다.

궁금한 점:
실제 일본인들은 소년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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