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속
크리스 보잘리언 지음, 김시현 옮김 / 비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교 2학년이던 로렐은 산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 2명의 괴한을 만난다.
2명의 괴한은 로렐을 강간하려 하지만 로렐은 결사적으로 저항한다.
다행히 한 무리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나타난 덕분에 로렐은 쇄골과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구출된다.
한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로렐은 대학에 복귀하고 졸업 후 노숙사쉼터에서 일하게 된다.
절대 자전거를 타지 않고, 사건이 있었던 산으로 가지도 않으며 아버지뻘 되는 남자들만 사귀지만, 어쨌거나 로렐은 살아남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쉼터에서 돌보던 '바비'라는 노숙자가 죽고 그 노숙자가 남긴 사진으로 전시회를 여는 기획을 진행하게 되면서 로렐은 과거에 사로잡힌다.
바비의 사진 속에는 사건이 있었던 산 속을 자전거로 달리는 젊은 여자의 사진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바비는 그 사건이 있었던 날 그 산 속에 있었던 걸까?
바비는 어떤 사람일까? 로렐은 바비의 정체를 밝히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끈은 바로 개츠비의 사랑을 받았던 데이지 부캐넌의 저택 사진.
사진에는 어린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찍혀 있었다.
아마 데이지 부캐넌의 아이들인 파멜라 부캐넌과 로버트 부캐넌일 것이라 짐작한 로렐은 파멜라 부캐넌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러자 오히려 파멜라는 사진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는데....


책의 뒤에는 '식스센스를 뛰어넘는 반전'이라는 설레발이 요란하다.
뭐..책을 파는 입장에서야 조금이라도 흥미 있어 보이는 문구라면 다 넣고 싶겠지만 나처럼 그런 과장된 문구를 보면 오히려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표지...비채에서는 표지디자인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모르겠는데 제발...예쁘게 좀 안 될까? 촌스럽기 짝이 없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반전소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읽은 후 '앗, 속았다!'라고 기분 좋게 앞의 트릭을 되짚어보게 하는 것과
'이런 게 어딨어!'라고 책을 집어던지게 만드는 것.
미안하지만 이 책은 명확하게 후자다.
이건 뭐..개인의 취향이니까 왈가왈부하진 말자.
왜 이 책이 그렇게 나의 짜증을 유발했느냐...그걸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된다.-_-;;

간단하게 말해 작가의 속임수가 정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사기나 꼼수에 가깝다.
<벛꽃 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나 <가위남>도 반전이 있지만 나는 이 책들은 무척 재미있게 봤다.
읽은 후에 '앗! 속았잖아!'라고 생각하면서 작가의 장치해놓은 작은 트릭들을 유쾌하게 다시 살펴보며 혼자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 책은 도저히 그런 수준이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속이려고 작정을 하고 글을 시작하고 있다.

반전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좋다.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스타일의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읽지 말기 바란다.

-아래 스포일러 있음. 책을 읽을 생각이 없는 분은 보셔도 됨. 그러나 이 책을 살 예정이라면 절대 보지 말 것-

애초에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을 읊어대며 그 소설의 주인공들이 마치 실존인물인 것처럼 이야기를 끌고 가길래 난 이 소설 설정이 그런 줄 알았다.
특이한 설정이네..이러면서 그냥 글을 읽고 있었는데...막판에 이게 트릭이었다고 말한다.
주인공이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설을 현실로 착각해 혼자 막 진실을 밝혀낸답시고 난리를 쳤다는 것이 정답인 것이다.
그럼 '이 소설의 설정인가보다' 생각했던 나는 뭐가 되나?
이건 정말 정당하지 못한 짜증 나는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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