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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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이란 어떤 사람이냐-사실 그 중 어떤 사람들은-"갑자기 아버지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이지 아주 좋은 친구들도 많단다."
그 말에 내가 좀 놀란 얼굴을 했나 보다.
"그래. 정말이란다. 정말 어떤 살인자들은 너나 나처럼-아니면 방금 나간 로저 레오니데스처럼 아주 멀쩡한 사람들이지. 사실 살인이란 범죄 중에서는 아마추어에 속하는 범죄란다. 그들은 어찌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거나 또는 돈이나 여자가 아주 절실하게 필요했다거나 해서 그것을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거야. 그럴 때면 대부분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잘 듣는 브레이크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말을 듣지 않게 되지. 하지만 아이들이란 욕망을 주저없이 행동으로 옮긴단다. 그 한 예로 만일 고양이 때문에 화가 났을 경우 어린애들은 '죽일 테야' 하면서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고, 그 다음에는 또 그 고양이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기 가슴을 쥐어뜯으며 슬퍼하지. 하지만 대개의 어린애들은 우선 자기가 한 짓이 옳지 않다는 것, 즉 그런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단계에 이른 다음에야 그러한 짓이 나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야.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채 어린애 상태 그대로 그냥 있게 되는 경우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살인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기는 하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느끼지는' 못하지.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살인자들이 진정으로 뉘우치는 법이 없단다. 그리고 그것이 카인의 특징이기도 하지. 살인자들은 일반적으로 좀 구분되는 종류의 인간이야. 특이하게 '다른' 인간들이거든-살인이란 잘못이지-하지만 그들에게는 잘못이라고 여겨지질 않아. 왜냐하면 그들에겐 그것이 필요한 행위로 여겨졌으니까."

"네가 원하는 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좋은 일가족 가운데서 살인마를 집어낼 수 있는 보편적인 표식 같은 거 아니겠니?"
"예, 바로 그런 겁니다."
"하지마 그런 그런 보편적인 공통분모가 과연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아버지는 생각에 잠긴 채 말을 멈추었다. "만약 있다면 나로선 그것이 허영심이라고 말하고 싶구나."

돈이 많고 괴팍하지만 가족들에게만은 한없는 애정을 쏟아붓던 노인이 갑작스러운 죽음.
비뚤어진 집에 보여 있는 일가족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나는 저 위에 발췌한 다소 긴 글을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인자에게 내린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쓴 모든 시리즈는 저 정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리소설로도 재미가 있지만 인간 심리에 대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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