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간신히 눈을 뜬 니키는 책상에 부딪친 콧등을 어루만졌다. 자기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깜박 졸아버린 듯하다. 사무직 인간에게 4월의 햇볕은 세이렌의 노랫소리다.
진한 만델링이라도 끓일까 생각하고 일어나려던 순간, 갑자기 네 개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비상구 창문 너머로 검고 커다란 눈동자 한 쌍과 아몬드 형의 금색 눈동자 한 쌍이 나란히 위아래로 눈꺼풀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비상구 문 너머에는 고양이를 안은 소녀가 있었다.



중년의 샐러리맨이었던 니키는 회사를 그만두고 사립탐정 사무실을 개업한다.
그가 꿈꾸는 것은 거칠고 어두운 도시를 헤매는 한마리 늑대와 같은 탐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무실을 개업한 후에는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조는 생활이 이어진다.
이런 니키 앞에 고양이를 안고 나타난 소녀, 아리사.
아리사는 광고 전단지를 보고 찾아왔다며 자신을 조수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전직 샐러리맨인 중년의 남자와 하늘하늘한 미소녀라는 이색적인 커플은
차근차근 주변의 사건들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물론 니키가 꿈꾸는 살인사건이나 강도, 유괴사건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책 속에는 7가지 사건이 소개된다.
남편이 집 안에 숨겨놓은 금고열쇠를 찾는 <나선계단의 앨리스>
외도를 의심받는 부인에게 결백을 증명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뒤창의 앨리스>
사라진 개를 찾는 <안뜰의 앨리스>
아무도 없는 지하3층 서고에서 울리는 전화의 비밀을 밝히는 <지하실의 앨리스>
남편에게 의미없는 심부름을 시키는 아내의 진의를 파헤치는 <꼭대기 층의 앨리스>
부탁을 받고 베이비시터가 된 커플의 활약을 그린 <아이 방의 앨리스>
휴가를 간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 아리사를 둘러싼 사건을 그린 <앨리스가 없는 방>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아늑한 귀엽게 꾸민 찻집 같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심심한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시리즈의 다음편이 나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살 예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일상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 미소녀를 좋아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 실망할 사람:
역시 미스터리라면 시체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소녀취향은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즐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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