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앞의 서예학원에 다녔던 적이 있다.
어째서 다니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배운 붓글씨 덕분에 지금도 한자는 꽤 잘 쓰는 편이다.
그 학원은 당시 원장이 남자고 여자선생님이 보조교사로 있었는데,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장이 변태ㅅㄲ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성교육은 받았지만 그래봐야 2차 성징 어쩌고 하는 비디오 하나 본 게 전부라
나는 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애들끼리 모여 괜히 뭔가 아는 척 쑥덕거리며 킬킬댔지만
사실 그건 뭔가를 '아는' 게 아니라 단지 아는 '척'하고 싶은 것에 불과했다.
어른들이 숨기는 그 은밀한 무엇에 대해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허세 말이다.
서예학원에 처음 가게 되면 줄 긋는 것부터 시작해서 교본을 가지고 연습하게 된다.
내 기억에는 한 일(一) 자 부수부터 시작해서 그 부수가 들어가는 한자가 한 권,
갈고리(丁에서 아래쪽 삐쳐 올라가는 부분)가 들어가는 글자가 또 한 권,
각종 점(必을 생각하면 쉽다. 저 점들을 붓글씨로 쓰려면 점 찍는 법이 다 다르다)이 들어가는 글자 한 권,
이렇게 7권 정도의 책을 다 연습해야 비로소 화선지에 제대로 글씨를 쓰게 되는데 교본 한장 한장을 넘길 때마다 원장에게 가서 검사를 받고 됐다는 평가를 받아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 변태 원장놈은 내가 붓글씨를 연습해서 괜찮다 싶은 결과물을 가지고 검사를 받으러 가면
이쁘다며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고 자기 무릎에 앉으라고 시키곤 헀다.
어린 마음에도 기분이 나쁘고 싫어서 원장의 손을 피하고 무릎에 앉으라는 걸 거절했지만 완전히 그 손을 완전히 피할 수도 없었다.
기분이 나쁜고 부끄럽지만 그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학원이 일하던 그 보조교사는 원장의 행태를 알고 있었을까?)
그때는 단순히 기분 나쁘게만 생각했던 그 행위의 의미를 나중에 깨달았을 때
무척이나 불쾌한 기분이었고, 그런 놈이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소아성추행자가 운영하는 초등학생 대상 학원이라니;)
몇 년 전에 그 학교 앞을 지나가다 보니 다행히 서예학원은 사라졌긴 한데...그 원장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요즘 애들은 나 어릴 때보다 똑똑하니 나처럼 어리바리 당하지 않길,
부디 그 원장놈이 하던 짓이 걸려서 어디서 콩밥 먹으며 썩고 있길 바란다.
덧:
멘토에 대한 메피님의 글을 보고 난 왜 문득 이 생각이 나는지;
아무래도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