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도 게임폐인이었다.
사람들이 프로게이머로 나설 거냐고 농담을 할 정도로.
온라인 게임이란 게 좀 중독성이 강해야지.
레벨이 하나씩 오르는 게 재미있고 그에 맞춰 스킬을 올리고 아이템이나 돈을 모으고
함께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게 즐거웠다.
당구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누으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고
길 가다가도 당구공을 어떻게 칠까 고민하게 된다던데 내가 그짝이었다.
초반엔 정말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어서 집에 가서 게임할 생각에 초조했고
주말이면 친구들도 안 만나고 집에서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2년 반을 게임에 빠져 살았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서 그 게임을 접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요즘엔 예전만큼 게임이 재미있지 않다.
새 게임을 시작한지 벌써 5개월에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캐릭터는 고만고만한 레벨이고
예전엔 하루라도 게임에 접속을 못하면 큰일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젠 며칠 몇 주씩도 게임을 안 하고 살고 있다.
예전에 함께 게임을 하던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더라.
"예전 게임을 하던 만큼 했으면 벌써 만렙 찍고 부캐 한둘 키웠을 텐데!
정말 게임을 접으셨군요!!!"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다.
주말 아침에 눈 뜨면 게임 접속해서 잘 때까지 하루종일 게임을 붙잡고 있던 때도 있는데 말이다.
대신 요즘은 주말에 책 읽고 낮잠 자고 텔레비전을 본다.
좋은 쪽으로의 변화라고 봐야 할까나.
중독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