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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언 연대기 : 용기사 3부작 3 - 백색 드래곤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3일에 걸친 퍼언 탐험이 끝났다.
하루에 한 권씩 3일.
저 두툼한 책을 보면 하루에 한 권씩 읽어낸 게 용하다 싶고,
그만큼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책을 쓴 작가가 대단하다.
3권에서는 루아사의 태수인 잭섬과 그의 용 루스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꺼내어진 잭섬과
부화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가장 작은 알에서 태어난 하얀 드래곤 루스.
둘은 2권 말미에 운명적으로 감응한다.
2권까지의 스토리를 통해 안정기에 접어든 퍼언은 이제 인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영토-남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욕심 많은 태수들은 당연히 영토 확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플라르는 플라르대로 용기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토지에 관심을 가진다.
3권은 이런 배경에서 잭섬이라는 한 소년이
말 잘듣는 착한 아이에서 나름대로 책임감에 눈을 뜨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사실 거기서 거기란 생각이 들지만;)
시리즈가 더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에 출간된 3권을 다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1권이 가장 재미있었다.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과정도 흥미진진했고
레사와 플라르라는 인물도 강렬했으며
개인적인 복수, 용굴모로서의 각성, 용기사와 태수의 갈등, 사포의 공격 등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2, 3권도 물론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지만
1권에 비해서는 강렬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갈등 요소-극복-새로운 갈등 요소-극복이 반복되는데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부분이니 넘어가자)
문제는 갈등과 극복이 너무 밋밋했다는 거다.
갈등은 위협적이긴 하지만 치명적으로는 느껴지지 않고
극복 과정이 치열하기에는 주인공들의 힘이 너무 강하고 운도 좋다.
그러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2, 3권의 주인공격인 인물들이 레사와 플라르만큼 인상적이지 않은 탓도 있다.
(각 권마다 부각되는 인물들이 다르다)
세 권 모두 재미있긴 했지만 뒤로 가면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SF소설을 잘 읽지 않고 장르소설의 역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모르겠다.
해설에서 말하는 SF소설사에서 <퍼언 연대기>의 의미도 딱히 와닿지 않고(도움은 되었지만)
페미니즘적인 요소는 더더욱 알 수 없다.
해설에서는 레사와 브레키, 미림을 언급하지만
레사와 브레키까지는 그렇다쳐도 미림은 정말 왜 언급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단순한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굳이 SF니 판타지니 장르를 구분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일일이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몇 백 페이지의 분량을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을 만큼 잘 써진 소설이고
흡입력 있고 재미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어쨌든 <퍼언 연대기>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정말 정말.
소위 말하는 한번 잡으면 끝을 볼 때까지 놓을 수 없는 멋진 책이다.
2, 3권으로 오면서 조금 지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상이다.
SF든 판타지든 뭐든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덧:
3권에는 '알을 깔'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아마 '빌어먹을' '젠장'의 퍼언식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묘하게 어색했다.
8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라 힘이 빠졌는지 3권에는 어색한 문장도 제법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