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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먹었어? 4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아니 뭐 몸에만 나쁜 건 아니겠지만, 이번 권을 보고 난 후 가장 임팩트 남는 건 저거, 제일 끝에 실린 에피소드의 주제였어요.
켄지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시로는 퇴근해서 혼자 먹을 저녁을 차립니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로 결정하고, 늘 그렇듯 능숙한 솜씨로! 집에 있는 재료로! 척척 베이컨 볶고 양파 피망 넣어 스파게티를 만들죠.
맛있게 다 먹고 나서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혼자일 땐 이런 거 저녁으로 자주 먹었지... 켄지와 살고부터는 매일 간소하게 반찬을 만들게 됐어. 그렇게 생각하면 켄지의 존재는 정말 건강에 좋단 말이지'
그리고 그 옆의 캡션은 '역시 스파케티, 카레, 덮밥, 볶음밥을 돌려가며 먹으면 탄수화물이 신경쓰인단 말야'
혼자 사는 건 아니지만, 하루 한 끼 정도는 저런 식으로 식사하는 사람으로서 뜨끔했습니다. ㅠㅠ
(하지만 시로! 전업주부마냥 매일매일 그렇게 삭삭 차려내는 당신이 더 희한한 사람이라고! 아니, 전업주부래도 그 정도로 안 하는 사람 많아!)
전체 구성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상에서 생기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들을 가지고 참 다양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요.
특히, 별거 아닌데 서로 마음 상하고, 은연중에 스르르 풀리는 그런 걸 참 잘 그렸달까...
하지만 전에도 생각했는데, 요시나가 후미는 대단히... 현실적이랄까, 사실은 사실이지만 남들은 대놓고 말하지 않는 그런 걸 드러내서 뜨끔할 때가 있어요.
이전에 시로가 아버지가 암으로 수술할 때 '어머니가 아니라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던 거나, 이번 권에서 켄지의 존재 때문에 제대로 식사를 차리니 건강에 좋구나, 소중하게 대해야겠다 하고 결심하는 대목이 그렇죠.
어떻게 보면 사랑에 현실적 이유를 찾는 게 낭만적이진 않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새삼 느꼈지만, 이 만화는 요리와 스토리 간의 균형이나 어우러짐이 참 좋아요. 단지 요리를 줄줄줄 늘어놓는 만화는 봐도 기억에 콕 박히지 않더라고요.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그 내용과 요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실린 요리들도 더 빛이 나는 거겠지요.
그나저나 시로, 당신 원래도 좀 재수 없는 남자이긴 한데... '필요에 쫓겨 매일 요리를 할 뿐인 보잘 것 없는 전업주부인 나' 라니, 그건 자학이 아니라 남들 모욕이야. 흑흑. 게다가 당신 전업주부 아니잖아? 엄연히 자기 일을 갖고 있는 변호사인데 뭔소리? 번역 문제인가.;
의문 하나 : 도대체 시로는 왜 이렇게 절약에 연연하지요? 아무리 널널한 소규모 법률회사에서 일한다지만 그래도 변호사이고, 부양가족도 없고, 켄지와도 생활비 공동부담인 모양인데... 그냥 노후 걱정에 대비하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유기농 식품 코너에 가서 가격에 기겁하는 걸 보면 저럴 정도인가 싶어서 의아. 내가 살림을 안 해봐서 모르는 건가.;
(아, 다시 보니 그 유기농 코너 비싸긴 비쌌구나...;)
의문 둘 : 이번 권 첫 에피소드에서 다른 게이들과의 저녁모임 중 너무 대화가 '게이스럽게' 흘러가니 시로가 막 주위 사람들 신경쓰고 나중에 켄지에게 짜증내고 그러는데... 인테리어, 식료품, 옷 화제가 그렇게 게이 티가 날 정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