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뱀파이어 시리즈의 여섯번째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앞권에서 늑대인간들의 지도자 결정전에 갔다가 심판을 맡은 퀸(Quinn)과 알게 된 수키. 나중에 마을에 돌아와서 샘의 얘기를 듣고서야 그가 호랑이인간weretiger임을 알게 되었더랬죠.
그 퀸이, 수키가 일하는 바에 나타납니다. 수키에게 사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청할 것이 있다고요. 그는 수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뱀파이어 회합 참석을 청합니다. 수키는 'Yes' 하지요.
그런데 하필, 에릭이 부하인 팸을 시켜 수키에게 전화를 해옵니다. 금요일날 이리 좀 와야 쓰것다! 하고요. 수키는 발끈해서 아니 자기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왜 자기가 직접 전화 안해? 그리고 누구 맘대로 오라가라야? 난 그날 데이트 있어서 못간다고 전해! 라고 말해버립니다.
고약한 유머 감각의 뱀파이어이자 수키 친구(비슷한)인 팸은 으하하 그 말을 들었을 때 에릭의 반응이 기대되는걸! 하고 끊어버리고요. 수키는 뒤늦게서야 헉 내가 심했나? 하지만 버스는 이미...
데이트 약속날, 에릭이 퀸보다 먼저 나타나는 바람에 약간 기분 잡치긴 했지만, 뮤지컬은 재미있었고 퀸과의 대화도 화기애애. 둘다 서로의 정체(호랑이인간/독심술사)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데이트 상대라는 점이 너무 편했지요.
그러나, 웬 맛이 간 늑대인간들이 사람들 다 지켜보는 주차장에서 그들을 급습합니다. 도대체 누가 시킨 짓일까요? 비록 늑대인간들의 새 지도자는 수키와 적대적인 관계기는 하지만, 전대 지도자가 수키를 '늑대인간들의 친구'로 지명한 만큼 이런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는데요.
게다가, 그 며칠 후에는 단편 One Word Answer에서 알게 된 루이지애나 뱀파이어 여왕의 변호사가 나타나 갈 준비 다 되었냐고 물어 수키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뱀파이어였으나 이제 죽은 수키 사촌 하틀리의 유산 문제 등으로 데리러 오겠다고 며칠 전에 전갈을 보냈는데 못 받았냐고요.
수키는 며칠 전 밤 집 바깥 숲속에서 이상한 기색이 있었음을 떠올렸고, 수색 결과 전갈을 들고 찾아왔던 half-demon이 반동강나서 죽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도대체 누가 왜, 수키를 노리고 전갈을 전하러 온 이를 죽인 걸까요?
(스토리 여기서 생략)
처음 뱀파이어 빌에서부터 시작해서, 뱀파이어 에릭, 수키 보스 샘, 늑대인간 알시드까지 수키 인생에 등장했던 남자들 중 지지하는 후보자(?)가 있으셨던 분들은 다들 물먹으셨군요. 새 남자가 등장했답니다. 흑흑... (저는 에릭 지지파... ㅠㅠ)
제가 딱히 에릭을 지지해서는 아니지만(뭔가 구차하다) 퀸은 아직 뭐랄까, 정이 안 가요. 아직까진 뭔가 두드러지는 개성이랄지 그런 게 안보이기도 하고.
게다가 외모 묘사가 키 6피트 반(2미터쯤)에 몸좋고 올리브색 피부에 머리를 박박 민 남자인데요, 저는 딱 이 사람이 연상되어서...; (키는 좀 차이나겠지만)
(배우로서의 빈 디젤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남자로선 제 취향은 아니라능...;)
딱히 새 남자가 마음에 안들어서는 아니지만, 이번 권은 지금까지 봐온 시리즈 중에 제일 처지지 싶습니다. 앞부분은 지난 권 마무리에 할애되고, 플롯 연결도 좀 뜬금없다 싶고요.
결정적으로, 이 책의 초기 설정을 뒤엎어버리는 사실 두 가지가 새로 밝혀지는데... 그게 참...
첫째, 빌은 애초에 '어쩌다가' 수키네 동네로 와서 '우연히' 수키가 일하는 바에 들어선 게 아니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뱀파이어가 된 수키 사촌이 수키의 초능력에 대해 뱀파이어 여왕에게 말했고, 여왕이 그걸 조사하라고 빌을 보냈던 거지요. 필요하면 유혹이라도 하라고...;
빌은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너를 알게 되면서 사랑하게 되었다,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호소하지만 수키로서는 믿을 수 없지요. 자신의 첫사랑이 거짓을 기반으로 했다니... 수키는 절망합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빌을 지지하는 독자세력이 만만치 않은데, 작가로서는 새로 등장한 퀸을 밀어주고 싶고... 해서 어거지로 집어넣은 설정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작가님하, 빌이 그렇게 미웠나요? ;ㅁ;
둘째, 알고보니 수키는 순수 인간이 아니라 요정 피가 섞여 있대요. 이 시리즈에선 뱀파이어들은 요정 피라면 환장해서 완전 뿅가는(;) 걸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그러니 수키로서는 빌은 물론이거니와 에릭의 감정조차도 이제 믿을 수 없게 된 거지요. 내가 좋은 거야, 내 피가 좋은 거야?
수키의 피에 대해 unusual quality라고 평하는 대목은 1권인가에서 이미 있었으니, 이건 원래 계획했던 설정일 수도 있긴 한데... 왜 이제 와서야 굳이 수키를 순수 인간이 아닌 걸로 만들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가, 에릭도 떨쳐버리고 싶은 건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권에서 제일 놀라웠던 대목은 '난 작년에 빌이 나타나고 나서야 연애라는 걸 시작해서 아무래도 서툴다'라는 수키의 나레이션. 그리고 지금은 초봄이랍니다.
뭣?! 이 시리즈 시작하고 6권까지 나오도록 극 중의 시간은 일년 남짓밖에 안 되었다는 말인가! 그 사이에 이 작은 마을에서 살인이 몇 건이고, 수키가 죽을 뻔한 게 몇 번이며, 병원신세 진 건 몇 번인데! 이런 김전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