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 Demons (Mass Market Paperback)
댄 브라운 지음 / Pocket Star Books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꼭두새벽, 예술사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 교수는 곤히 자다가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에 깨어납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 일축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팩스로 보내져 온 시체 사진을 보고 경악하여 제네바에 있는 과학연구소 CERN으로 날아가죠.  

가슴에 'Illuminati'란 화인이 찍힌 채 죽어 있는 천재 물리학자이자 천주교 사제.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다고만 여긴 반기독교 단체 일루미나티의 증거를 앞에 두고 랭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지만, 곧 바티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종교와 과학의 전쟁에 말려들게 됩니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기에 The Da Vinch Code를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어째 주인공을 두고 ‘작년의 사건으로 유명해진’ 운운하는 모양새가 전작이 있는 분위기더라구요. 그래서 알아보니, 다행히 그전에 사둔 이 Angels&Demons가 ‘Robert Langdon`s first adventure'란 선전문을 달고 있더군요. 그래서 읽던 책을 덮어두고 이쪽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가 서문에서조차 The Da Vinch Code를 사랑해줘서 고맙다, 이 책은 그 전작이다 어쩌구 하는 걸 보니 뭔가 불쌍한 기분이 들려고 하네요. 너무 잘난 동생을 둬서 자기 자신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늘 동생의 후광을 업고 언급될 수밖에 없는 형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그냥 스릴러 소설, 즉 픽션으로만 생각했는데, CERN이 실존하는 물리학 연구소란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반기독교 비밀단체 일루미나티는 영화 툼레이더에서 ‘광명파’란 엄한 자막번역으로 등장하는 걸 봤던 기억이 있어 새로웠고(아 그게 진짜 있는 거였네?), 바티칸의 등장은 민감한 소재일텐데 싶어 신기했죠.

일루미나티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반물질에 대한 물리학 강의가 이어지는 앞부분은 전문 용어와 내용이 난무하다 보니 좀 읽기 버거웠습니다. 물론 뒤에도 어려운 얘기들은 즐비하지만, 분초를 다투며 시를 단서로 삼아 로마를 사방팔방 뒤지고 다니는 상황이니만큼 속도감이 만만치 않아서, 가끔은 뒤에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 죽겠는데 생각만큼 팍팍 나가지 않는 독서 속도가 답답하기까지 하더군요.  

로마를 실제 가보신 분이라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여러 역사적 유적지들이 배경으로 펼쳐지거든요. 반물질이나 이런저런 예술품 속에 담긴 상징, 기독교에 스며들어 있는 다른 종교의 영향, 교황 선출 방식 등도 흥미로웠고요.

하지만 몇 가지는 아쉽군요. 쉴새없이 돌아가는 사건 속에서 캐릭터 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특히 몇몇 캐릭터는 너무 정형화된 게 아닌가 싶었어요. 숨막히게 이어져나간 중간 부분에 비해 후반부는 깔끔한 뒷맛은 아니었어요. 조금 무리하게 연결한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The Da Vinch Code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책입니다. 순서대로 읽는 쪽이 더 낫겠지만요.

[인상깊은구절]
From Santi`s earthy tomb with demon`s hole,
`Cross Rome the mystic elements unfold.
The Path of light is laid, the sacred test,
Let angels guide you on your lofty 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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