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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Weddings and a Kiss (Mass Market Paperback)
Woodiwiss, Kathleen E. / AVON BOOKS / 1995년 9월
평점 :
캐서린 우디위스, 캐서린 앤더슨, 로레타 체이스, 리사 클레이파스가 쓴 단편집입니다. 사기는 몇 년 전... Lord of Scoundrels를 읽었을 무렵 샀습니다만, 여지껏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는...;
네 편의 단편 중 로레타 체이스의 Mad Earl`s Bride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게요. 스토리 좀 자세히 들어갑니다...(아마 스포일러도 약간) 읽으실 예정인 분은 가볍게 뛰어넘어 주심이.;
위압적이고 독재적인 백작인 할아버지 밑에 온 가족이 눌려 사는 집안의 손자인 도리안. 한때 반항도 해보았지만, 그러면 자신뿐이 아니라 부모님께도 할아버지의 압력이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된 이후, 학업에만 몰두했다죠.
그러나 몸이 안 좋아 다트무어에서 요양중이던 어머니가 발작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황급히 달려갑니다. 머리는 깎이고 더럽고 음침한 방에 묶인 채 갇혀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구하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기에 할아버지에 맞설 수가 없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그 병원에서 죽고, 사후 검시에서 뇌출혈로 인한 광기였기에 당시의 의학으로는 아무런 치료법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도리안은 집을 나와, 런던의 뒷골목에서 이런저런 막일과 서기일로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저택의 지붕이 내려앉는 사고로(-_-;) 집안 식구들이 몰살, 도리안이 백작 가문의 후계자가 되어버리지요.
(시놉시스만 읽은 코미디 영화 중에 비슷한 설정이 있었던 듯한데... 영국 왕실 가족들이 단체사진촬영중 감전사해버려, 평범한 미국인이 영국 왕이 되는...;)
그리고 어머니를 꼭 닮아 검은 머리와 노란 눈(덕분에 학창시절 별명은 Cat), 반항적인 성격, 성적 열정을 물려받은 그에게 어머니의 병이 찾아듭니다. 시야가 차단되고 손톱이 머리를 죄어드는 듯한 두통과 환각... 자신 역시 어머니와 같은 길을 가게 되리란 것을 안 그는, 어머니와 같은 비참한 종말만은 맞지 않겠다고, 그러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래서 다트무어의 영지에 콕 틀어박혀, 통증을 아편으로 달래며 멀지 않은 죽음을 기다리지요.
이때... 가문의 먼 프랑스계 친척인 아봉빌 공작이 나타납니다. 도리안의 이튼 시절 친구인 버티(기억하시나요? Lord of Scoundrels 여주인공의 멍청이 남동생 되겠습니다.), 그리고 버티의 사촌인 그웬돌린을 데리고요. 죽기 전에 이 아가씨와 결혼하여 후사를 남겨라!
(허걱... 완전 씨받이 아냐...;)
그들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고 창문으로 뛰어내려 말을 타고 탈출한 도리안. 습지대를 향해 말을 달리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돌아봅니다. 거대한 말을 탄 마귀 같은 여자가 뒤쫓아오고 있지 뭡니까... 불꽃같은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휘날리고, 스커트가 올라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귀신마냥 허연 다리를 드러낸 채.
(물론 여주인공 되시겠습니다...; 여주인공의 첫인상에 이렇게 과격한 단어들이 쓰이는 것도 거의 못본 듯...;)
뒤돌아보다가 그만 늪으로 굴러떨어진 도리안. 말을 타고 뒤쫓아오던 여자는 침착하게 밧줄을 매고 그를 구해냅니다... 그런다고 감사 인사를 한다면 그게 이 남자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죽게 놔두지 그랬냐고 욕설을 퍼붓는다죠. -_-;
이성적이고 차분한 그웬돌린은 그와의 대화에서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됩니다. 아봉빌은 이전에 도리안에게서 신부감을 데려오면 맞이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사실 그때 도리안은 아편에 취해 뭘 물어도 네네 하는 상태였던 거죠.
침착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미망인이 되면 지위와 재산을 이용해 병원을 지으려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웬. 도리안은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무능력한 애 다루듯 하지 않는 그웬에게 관심이 갑니다. 그리고... 아까는 귀신 같다고 한(;) 허연 다리에 눈길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죠. 발병 이래 그 타고난 강렬한 욕망을 묶어두고 살아왔으니...;
결국 결혼식을 올린 그들. 편의상 결혼한 남편에게서 예상조차 않았던 매력을 느끼게 된 그웬돌린은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도리안은 그러지 말라고, 그럼 내가 죽을 때 당신의 상처가 커질 뿐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사람 마음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줄거리는 예서 생략)
요즘 읽은 게 어째 다 별로 아니면 칙칙해서, 뭔가 기분을 업시켜줄 것이 필요했답니다. 그래서 집어들었는데... 앞부분이 하 꿀꿀하여 좌절할 뻔했다는.; 아직도 정신과에서 환자를 묶기도 한다는 거 아시는지. 이성적으로는 환자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이해하는데, 감정적으로는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아는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걸 들으면 더더욱.
대략 암울모드로 시작되지만, 끝까지 그렇진 않습니다. 암요, 버티가 나오는걸요. -_-; 왕년에 대마왕 데인 경도 미치게 만들 뻔한 그가 다시 활약합니다.; 데인도 잠깐 나오고요. 시간 배경은 Lord of Scoundrels와 Last Hellion의 중간이겠네요.
화려한 미모는 물려받지 못했을지언정, 피는 못 속이는 법이라... 여주인공 역시 팜므파탈로 이름을 날린 할머니와 사촌언니에 버금가는 통찰력과 이성의 힘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열정도)
결국 그웬돌린을 가르친 의사가 찾아와 도리안의 병을 진단하고,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알게 된 도리안이 귀가 빨개지는 장면 몹시 귀여웠습니다. :)
(전 그건 여자들이 주로 걸리는 줄 알았는데...)
암요,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불치병이 있는 법이지요. 훌훌.
흠,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남주인공이 미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실 테니, 이걸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요. :)
(그래도 위에 경고는 해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