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라면 군주론
김경준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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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면 군주론>
마키아벨리의 관점으로 지천명의 삶을 승부한다!
오십의 생존과 번영을 이끄는 26가지 이야기

작년에 한 독서모임에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나온 ‘마키아벨리’를 함께 읽기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단순히 플라톤의 철인정치에서 발전한 형태로서의 ‘군주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오십이라면 군주론>을 읽으며 마키아벨리의 나라, 피렌체가 눈에 들어왔다. 13세기, 지중해 해상교역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베네치아, 피렌체 등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전성기를 지나 1492년 스페인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다. 15세기 대항해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마키아벨리의 조국인 피렌체와 같은 도시국가들의 경제력 약화는 불가피해진다. 중앙집권체제의 통일국가로 변모한 스페인, 프랑스 등 옆 나라들의 급 부상은 상대적으로 피렌체의 정치적 입지를 급격히 축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분열된 이탈리아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정치적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데, 마키아벨리가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시대가 바로 이 때이다.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경제-정치-외교의 전성기를 경험했고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예술계 거장들이 와서 활동할 정도로 앞선 문화를 자랑했지만, 내부 분열이 극심해 정치적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고 자체 군대도 없이 안보를 외교와 용병에 의존하고 있었다. 문화수준도 높고 자존심도 남아 있는 과거의 강자였으나 오늘날 자신을 지킬 능력조차 사라져 버린 신세로, 그나마 외교에라도 기대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궁박한 처지였다.”(p.14)
라고 묘사한다. 이 문단을 읽고 있자니 현재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들이 K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돈을 버는 것은, 외국인들이 투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넷플릭스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 역시 우리에겐 큰 위협이다. 12.3일 계엄령 사태로 정치적 혼돈 역시 다를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키아벨리가 써내려간 군주론이 나 역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십이라 그런거 아님)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2부 내 삶의 리더가 되는 획기적인 비법
3부 사람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
4부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역사의 패턴
5부 굽이치고 흔들려도 다 잡고 나아가는 힘
6부 군주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워낙에 저자가 인문학 지식이 풍부하여 여러 권을 동시에 읽은 느낌이다. 한 부, 한 부를 한권처럼 읽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2부의 ‘선한 의지를 갖되 악을 이해하고 활용하라’와 ‘전쟁에 대비하는 게 리더의 유일무이한 임무’ 4부의 ‘현명한 리더가 진지한 잔소리꾼을 곁에 두는 이유’ 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5부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경쟁과 변화가 가능하다’ 부분에서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만인의 적극적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에게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화는 결국 모든 사람을 반대자로 만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변화도 반발을 초래한다. 이런 배경에서 마키아벨리는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려는 리더는 반발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해야 하며, 변화의 정당성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되 리더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p.264)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로 볼 때는 만년 약소국으로서 어떤 힘을 길러야 하는가를, 그리고 사태를 떠올리면서는 그 힘을 설마 계엄령이라는 무력으로 본 것인가 생각해본다. ‘개혁과 변화는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통찰이 어떤 리더냐에 따라 오독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때까지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단어로 오해해왔겠지?

개인적으로 회장직이 있는 공적이든, 사적이던 그 어떤 모임이든지, 그 리더분에게 선물로 드리기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가능성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p.21)라고 말하며 정치나 경영 뿐 아니라 개인의 삶속에서도 가능성의 기술이 필요하기에 40에서 50으로, 50에서 60으로 넘어가는 분들이 읽어도 큰 도움이 될 책이다.

메디치의 젊은 군주는 끝내 마키아벨리를 중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리더를 투표할 때이다. 과연 우리의 선택은?
#오십이라면군주론#믹스커피#김경준#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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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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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에는 13세기 스페인의 현명한 왕 알폰소 10세의 조카, 돈 후안 마누엘 왕자가 남긴, 48편의 어른 동화가 담겼다. 표지에서 제목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출판인이라 ’출판‘으로 말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글로써, 책으로, 국민의 한 사람, 출판인에 걸맞은 방식으로 행동하고자 부족함을 무릅쓰고 출간합니다.”라는 멘트가 적혀있다. 2024년 대한민국 비상계엄, 12.3 사태를 맞고 출판사에서 바로 출간한 책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12월 31일 마지막날인데 벌써 28일이 지났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이 어수선한 시국에 이 책을 내놓은 편집인의 의도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하필 선과 악의 기준을 묻는 걸까? 라는 질문을 가지며 책을 펼쳐본다. 1282년 스페인 왕가의 일원으로 태어난 돈 후안 마누엘이 평민들도 읽을 수 있도록 스페인어로 기록하여 문학사에 남았다는 책이다. 원제는 ‘루카노르 백작의 이야기, El Conde lucanor’이며, 젊은 루카노르 백작이 현명한 조언자인 파트로니오에게 다양한 문제에 관한 조언을 얻는 방식이다. 계엄령 사태를 두고 방송국마다, 언론사마다 유투버마다 다양한 소식과 의견을 쏟아놓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바로 그 리터러시, 그 분별하는 지혜를 파트로니오에게서 찾아보면 어떨지, 스노우폭스 출판사에서 제안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루카노르 백작은 파트로니오에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이 무엇이오?”(p.23)라고 묻는다. 많은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그 중에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덕목을 알려달라 한다. 이에 현명한 파트로니오는 이슬람 국가의 술탄이었던 살라딘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예루살렘을 탈환한 왕으로 위대한 업적을 달성해낸 사람이었다. 그가 어느 날 한 기사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의 아내를 탐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기사를 먼 변방의 부대의 지도자로 임명한 후, 홀로 된 아내를 찾아간다. 하지만 지혜로운 여인은 살라딘에게 자신이 요구하는 한 가지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는 것”을 간청한다. 그러자 살라딘은 두 음유시인을 데리고 답을 찾고자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만난 지혜로운 노 기사는 ’부끄러움(수치심)‘이라고 대답해주자 살라딘은 바로 그녀를 찾아가고 말해준다. 그러자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덕목인 부끄러움을 실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요구하신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주십시오.”(p.37)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 수치심, 이것이 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느껴주고 “사과해요, 나한테” 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부끄러움 때문에 더 많은 선행을 하게 되며, 반대로 부끄러움 때문에 원래 하고 싶었던 부당한 행동을 멈추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의 부끄러움은 얼마나 좋은 것이며 필요한 것입니까!”(p.38) 부연하는 설명을 일고 있자니 이 ’부끄러움‘은 손가락질 하는 나, 역시 경계심을 잃지 않고 늘 생각해봐야 할 덕목이다.

이 에피소드 외의 47편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도 하면서, 단순한 우화들이면서,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인간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을 곱씹게 한다. 2024년의 끝자락에 이런 책을 읽는 행운을 누린다. 2025년의 나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한 나라의 대표와, 그런 마음을 똑같이 가진 국민의 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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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안광복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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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인문360’의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카페’에 게재한 글을 바탕으로 만들었”(p.6)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고민을 남겨주었고, 그러면 ‘임상철학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저자 네 분이 대답한 것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챕터마다 각각의 고민이 있고, 다양한 철학자의 관점을 소개해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리고 마지막마다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이라는 제목 하에,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철학 관련 책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책들을 주제에 맞게 수첩에 옮겨 적고 보니 내가 읽어보고 싶은 2025년 책 리스트가 완성되었다.

이 책의 표지가 재미있다. 푸들, 조개, 주사위 등 다양한 키링들이 ‘phiolosophy’, ‘personal relations’라는 문자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이 귀욤귀욤한 키링들이 ‘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이라는 제목과 매칭이 안되어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철학 처방전’이란 단어와는 나름 연결고리가 있었다. 인생의 짐이라는 가방을 메고 있는 ‘나’가 있다, 치자. 그 가방을 쉽사리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나의 취향에 맞는, 볼 때마다 기분전환이 되는 철학이라는 키링을 걸 수 있지 않을까? 니체의 ‘영원회귀’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가끔 떠올리는 느낌이려나? 이런 관점에서 표지를 바라보니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한 두 개만을 고르기가 힘들지만,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에 읽은 책을 올리고 있어 그런지 3장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중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 초라해져요’챕터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마르틴 하이네거의 “감추어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호기심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빈말은 자신에게, 즉 그렇게 존재하는 현존재(인간)에게 거짓으로 진정한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생‘을 보장한다.”를 인용한다. 나는 이 문장을 한 댓번을 연달아 읽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고 말이다. 저자의 이어지는 SNS의 보여지는 삶에 대한 지적을 읽고나서야 이해가 좀 되었는데, 나는 이 말을 한 하이데거가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에 죽은 철학자임을 생각해보며 진심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 SNS가 있을리 만무한데 어떻게 인간의 허영을 이렇게 집어낼 수 있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이것을 이렇게까지 공유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p.129)라고 꼬집는 저자의 질문에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오픈된 장소에서의 글쓰기가 어느 정도의 수치심 때문에 계속해서 퇴고하게 되는 효과라고 주장하고 있는 나지만,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내가 글쓰기에 진심일까?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철학자들과, 그 철학을 곱씹는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인사이트가 있다. 사실 이 책에 고민들은 평범하다. 누구나 그 나이대에 가져봤을 고민들이다. 그런 고민에 대해 나는 왜 철학이라는 키링을 달아볼 생각을 안해봤을까, 생각해보며 2025년에 읽어볼 책들을 풍성하게 추천받은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그런 사람들에게 대추천한다.


#사는게힘겨운나를위한철학처방전#안광복#이진남#박은미#편상범#믹스커피#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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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 나를 바꾸고 운명을 바꾸는 긍정의 기술
윤석금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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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나를 바꾸고 운명을 바꾸는 긍정의 기술

*책표지 : 모두가 같은 중심을 향해 둥글게 세력을 뻗어나가는 형상이 표지 윗부분에 그려져있다. 밑에는 그래도 자신만의 길을 향해 뻗어나가는 흐름이 보인다. 운명처럼 휘몰아치는 원에서 나와 긍정의 힘으로 자신만의 길로 걸어간 저자의 삶이 느껴지는 표지다.

*‘옳은 말들의 난무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말은 아무것도 아니고 말은 모든 것이라는 걸
(...)
말의 힘은 삶의 힘이라는 걸’

박노해 시인의 <말의 힘> 중 한 구절이다. 이 시인 뿐 아니라 ‘말의 힘’이라는 키워드로 구글링해보면 정말 수많은 명사들이 자신의 책에서, 강연에서 이것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의 힘이 삶의 힘이었고, ‘영원한 긍정의 사업가’로 기억에 남길 원하는 저자, 윤석금 웅진 그룹 회장님의 책 <말의 힘>이다.

*사실 나는 웅진씽크빅에서 웅진식품으로, 그리고 코웨이로 뻗어나가는 이 회사를 보며 성장한 세대다. 같은 카테고리의 비즈니스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으므로 오징어다리식으로 살짝 오해해 온 것도 사실이다. 처음 사회생활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그것도 매우 회의적인 스물 일곱의 청년이 세일즈라는 자신의 옷을 맞춰입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1980년대 후반, 웅진을 창립하고, 그 이후의 사업에서 자신만의 333자의 마법, 긍정의 기술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중년을 보며, 이 책은 한 회장님의 자서전이 아니라, 지금의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과 퇴직이 빨라져 새로운 일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중장년층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한 선배 세일즈맨의 말로 읽혔다.

*이쯤에서 낙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저 짚고 넘어가야만 할 일에 대해서는 회피하며, ‘에이 잘되겠지’, 라는 낙관은 약도 없는 독이다. 하지만 바보이반의 낙관은 다르다. 집에서 두 형들과 비교하자면 제일 못났고, 멍청하여 무시당하고 구박받지만 그는 집밖에 나오면 형들과 달리 거침없이 자신만의 길을 간다. 저자 역시 그렇다. 브리태니커 판매로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된 그는 “세일즈맨 윤석금을 넘어서기 위해, 다시 나를 넘어서기 위해 회사를 세울 결심을 했다.”(p.122) 그러면서 “세일즈를 넘어, 고객 자신도 모르는 고객의 욕망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p.123)라고 고백한다. 안주하지 않고 그 다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저자의 모습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시작하는 사람으로 새롭게 일하고 싶어하는 저자를 리스펙한다. 그런 그가 강조하는 긍정의 기술을 알고 싶은 세일즈맨들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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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보의 푸른 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7
마논 스테판 로스 지음, 강나은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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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보의 푸른 책>은 영국도서관협회 사서들이 선정하는, 2023년 카네기메달을 받은 작품이다. 이 메달은 1997년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제치고 팀 보울러의 <리버 보이>가 받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인기와 무관하게, 아이들에게 좋은 작품인가만을 순수하게 고려해서 선정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핵폭발 이후의 재난관련 청소년 작품이 또 있었던가?를 한참 헤아려봤다. 나의 지평으로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가가 이런 장르를 선택했기에 이 작품이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파괴된 세상, 이전 시대에서 영국 웨일즈의 작은 마을이었던 네보에 엄마 로웨나와 아들 딜런, 그리고 딸 모나가 남았다. 로웨나는 덜란에게 책을 쓸 것을 권하며 이 <네보의 푸른 책>을 쥐어준다.

“나는 종말의 기록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p.24)(...) 그래서 엄마는 ‘이전 시대’와 종말에 관해서 쓰고, 나는 ‘지금’의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쓰기로 했다.(p.25)

그래서 이 소설은 ‘덜란’과 ‘로웨나’ 챕터 두 개가 오고가며 그들이 그 책에 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웨나는 주로 이전 시대와 지금의 이야기를 비교한 삶에 대해 쓴다. 그녀는 종말 이전에 “나를 보지 못하는 화면들에 내 저녁을 바쳤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 삶을 낭비했다. 삶이 따분했다.”(p.81)라고 고백하기도 하고,

“한때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갖는 일은 순교적인 일로 여겨졌다. 자신의 이기심은 밀어두고 자식을 위해 살기로 한 일이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는 그저 자기 삶에 목적을 두고 싶어서였다. 삶에서 좋은 역할, 가치있는 역할을 보장받고 싶어서. 온전히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이 종말 이전에는 좋은 일이었다. 지금, 그것은 잔혹한 일이다.”

이렇게 아이를 가진다는 의미에 대해 이전 시대에 대해 평가하기도 한다. ‘지금’ 그녀는 유일한 어른이며 엄마로서 “이제 아이를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이기적인 일이다.”(p.80)라며 아이들을 향한 어떤 중압감, 책임감, 부채의식을 가진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덜란의 챕터를 보면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일곱 살에 엄마와 함께 감자 수확에 성공을 한 후, 온실을 짓는 일에 몰두 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더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는 기분을 느낀다. 단 하나도 아쉬운 것이 없다. 이것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여기에, 이곳에 꼭 맞는다.”(p.122)라고 성취에 대한 고백을 하는 부분이 있다. 로웨나와 덜란이 핵폭발 이후, 삶에 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며 나는 어느쪽일까, 상상하게 된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핵폭발 이후, 방사능에 노출되어서인지 괴물같은 짐승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덜란은 우연히 얼굴이 두 개 달린 토끼를 발견하고 푸이흐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헛간에 가둬두었다. 동생 모나도 푸이흐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함께 즐거워한다. 그런데 어느날 모나가 실수로 헛간문을 열어 도망간 것으로 덜란은 기록한다. 로웨나 챕터를 보면 그 토끼를 본 로웨나는 보자마자 쇠스랑으로 토끼를 갈라버리고 정원에 묻어버린다. 그러면서 “작은 존재일 뿐이지만 내 아이들이 그 끔찍한 생명체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커다란 일들로부터는 보호할 수 없어도, 작은 일들은 내가 막아줄 수 있다.”(p.113)라고 푸른 책에 기록해둔다. 푸이흐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지금, 핵폭발 이전 시대의 현실에서 왜 우리는 얼굴 두 개의 토끼는 죽임을 당해야 할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핵폭발 이후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세계에서 어른인 로웨나보다, 아이인 덜란이 훨씬 적응을 잘한다. 끔찍한 재난 이후의 삶이 계속되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덜란을 응원하게 된다. 오늘날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더 많은 핵의 위협, 기후위기로 시한부가 된 세상에서 살게 될 아이들의 삶이 (이렇게까지 끔찍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덜란을 통해 보았다.
어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강하다. 그걸 이 소설이 보여준다. 이 가능성은 아이들에게 불안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이룬 성취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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