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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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저자는 1997년생으로 7.2%에 해당하는 20대 기혼자다. 한예종 조형예술학과에 입학했고 SBS아나운서를 거쳐 2022년에 첫 아이를, 이년 후에 둘째를 가진, 다자녀 엄마다. 이런 멋진 엄마가 과거의 화려한 커리어를 접고 육아라는 과정을 고독이라는 단어에 담은 책이다.

“오늘날의 육아란 현대미술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것. 어렵고 난해한 것. 심오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없어도 지장이 없는 것.(...)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을 보러 가지 않는 것처럼.”(p.17)

일반적으로 육아에 대해서 예능이나 책, 드라마에서는 리얼리즘으로 묘사되어 왔는데 저자는 고독한 현대미술을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슬쩍 또 다른 의미에서의 현대미술을 추가해본다. 모든 사람이 현대미술 작품을 사랑하진 않지만 소수의 누군가는 그 작품을 수용하고 사랑한다. 육아 역시 그렇다. 내 자식을 사랑할 소수의 누군가는 나다. 또 남의 자식을 판단하긴 쉬워도 자기 자식을 이해한다는 건 가장 힘든 미션이라는 의미에서 육아와 내 자식은 정말 현대미술을 닮아있다.

개인적으로 3부의 첫 에세이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첫 책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의 주제가 퇴사와 관련한 자유였다고 한다. 자유를 미덕으로 지키며 살아온 저자에게 닥친 육아란 ‘자유없이 존재하기’라는 논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두 돌이 갓 지난 첫째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 아이들의 얼굴이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정신의 상태라고?(...) 내가 배워야 하는 모든 것이 아이에게 있다고? 아이는 내 곁에서 해맑게도 웃었다. 자비 없이 창으로 들이치는 아침 햇살은 내 목에 들어선 칼 같았다.”(p.153)

저자는 그 때를 이렇게 글로 표현한다. 그리고 자유를 벗어난 나자신을 느끼며 위버멘쉬를 떠올린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목에 써 있던 고독과 축복 사이에 ‘같다’는 등호를 그리면서도 뭔가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이 물음표일까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아름다운 것들이 저마다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아름답다.”(p.8)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법학에 대한 공부를 놓지않고 자기소개서를 갱신하는 위버멘쉬같은 저자를 응원한다. 그리고 미래의 엄마들을 응원한다. 자신을 놓지 않고 육아도 멋지게 할, 예비엄마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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