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지 않는 삶 - 생각과 감정 너머 존재에 닿는 안내서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서진 엮음, 루카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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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않는 삶>은 에크하르트가 1997년도에 <The Power of Now>라는 제목으로 ‘나마스테’ 출판사에서 낸 책의 실천편이다. 원본인 이 책은 1999년, ‘새 세상 도서관’에서 재출간했고 2000년도에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오프라 윈프리에 대해서는 개신교 가정에서 성장했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뉴에이지에 심취해 그가 대중들에게 추천했던 목록 중 명상과 영성에 대한 주제가 많은 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대표적으로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레이디 가가, 리처드 기어 등이 명상을 하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는 한국으로 초대해준 출판사 대리인에게 아침에 명상하는 시간만큼은 스케줄을 잡지 말아달라고 한 최근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외에도 게이머 페이커, 이효리씨도 명상 팬으로 알려져있을만큼 이제 명상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해진 삶의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2000년부터 서점가의 한 자리를 차지해온 알아차림(awareness),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한 책들과 최근의 뇌과학을 통해서 본 명상에 관련한 인문학 책들은 내 머리에 영성, 명상,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한 카테고리에 저장되어 있다. 그 중 최근에 읽은 것은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다. 한국인이 썼기에 외국인 저자와 비교해서 가독성이 좋을 것이며 이 두께를 보니 쉽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을 것이라고 오해한 책이다. 처음에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다가 명상과 영성으로 향하는 마음근력으로서의 내면소통을 제시한다. 그러다가 이 책, <붙잡지 않는 삶>을 붙잡게 되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서진씨 역시 2022년의 어느 날,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깨어남’을 경험한다. 에크하르트 역시 1997년 에고적 자아로부터의 이탈을 한순간에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별도의 번역자없이 AI의 단순번역과 뒤에는 영어원문을 실어 이 책을 출간했다. 20세기 후반 그러니까 초기의 영성지도자였기에 쉬운건지, 독일에서 태어나 스페인을 거쳐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녀서인지, AI의 단순번역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학생 영어 실력 정도라면 무난히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이 책은 고통을 느끼는 에고에서 벗어나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면 자유, 행복, 평화와 같은 주체가 원하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커다란 주제를 다룬다.
“존재는 마음이 고요할 때에만 드러납니다. 침묵은 신의 언어이자 존재의 언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고 완전히 ‘지금’에 있을 때 존재는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마음과 생각으로는 결코 그것을 알아낼 수 없습니다. 존재를 인식하고 그안에 머무는 것, 이것이 깨달음입니다.”(p.28)

“에고는 현재의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관심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에 머뭅니다. 겉으로는 지금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과거에 쌓인 감정, 의견, 경험, 견해로 이뤄진 집합적인 허상을 통해 자신을 지속시킵니다.”(p.39)

“마음이 '나는 피해자야'라는 정체성을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한, 고통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감정을 피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의 길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p.250)

파편화된 개인이 모여있는 도시에서 사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우울증이라는 이유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 에고에서 벗어나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단 한번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처단되지 않은 나의 에고는 계속해서 회한을 만들어내고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로부터 저항한다. 그렇기에 명상은 루틴이 되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책은 계속해서 읽어나가야 함을 느낀다.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책, <붙잡지 않는 삶>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면소통>을 다시 읽어볼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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