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는 사람' [04/10/22]
 
[1000자 춘추] '결국 해내는 사람'

누군가 저에게 “출판 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어쩌면 책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에디터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필요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세상에는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필요한 사람은 전자”라고 말입니다.

그건 출판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아니냐고요? 물론 그렇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두각을 나타내지요.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그것을 실현하느냐’에 집중하는, 그래서 결국은 목표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니까요.

그렇다면 유능한 경력사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요? 아르바이트 대학생 중에도 주어진 일을 ‘결국 해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둘을 갈라놓는 것은 경험이나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니, 일이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경험이 적어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답을 찾아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문제를 피하려는 사람’에겐 일을 완성할 기회 자체가 없는 셈이지요.

취업률도, 임금도 ‘수능 성적순’이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발표를 보았습니다만, ‘일 잘하는 사람’은 결코 성적순이 아닐 것입니다. 취업을 생각하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직장을 고민하기 전에 일을 통해 자신을 시험해보십시오.

아르바이트도 좋고, 인턴십도 좋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부딪힌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내는 사람, 작은 목표라도 끝끝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을 사회는 애타게 찾고 있으니까요.


(출판기획자ㆍ두앤비컨텐츠 대표)=한국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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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전문지 '기획회의' 스타 저자 분석 [04/10/21]
 
“IMF 때도 그리고 그때보다 더하다는 요즘 불황 속에도 이 책의 판매는 한결 같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를 낸 그린비출판사 편집부 김현경씨)출판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다들 “문 닫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인 중에 콧노래를 부르는 출판사들이 몇몇 있다.

성공비결이야 가지각색이지만, ‘대박’의 뒤에는 한결 같이 ‘스타 저자’가 버티고 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출판사 직원보다 더 뛰어난 기획 감각을 지녔으며, 책에 대한 열정으로 넘치는 데다, 다작의 재능까지.격주간 출판기획전문지 ‘기획회의’가 최신호에서 ‘이 저자가 팔린 이유’란 제목으로 잘 팔리는 책을 쓴 저자의 11명의 성공요인을 해부했다.

‘베스트셀러 제조기’ 명단에는 소아과 의사 하정훈씨,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역사학자 이덕일씨와 성공회대 한홍구, 전북대 강준만, 한양대 정민 교수, 미술평론가 이주헌씨,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 공병호 박사, 과학문화연구소 이인식 소장, 소설가 김하인씨가 올랐다.

'육아' '교육'이라는 코드의 폭발력‘육아’ ‘공부’를 빼놓고 베스트셀러를 말하기 힘들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교육열은 더 뜨거워지면서 자녀교육 관련서는 ‘대박’의 대열에서 탈락하는 법이 없다.

아이들과 관련된 질병과 대응요령, 육아법 등을 망라해 소아과 의사가 쓴 ‘삐뽀삐뽀 119 소아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출판사에서 “저자 하정훈이란 이름이 낯설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어린 아이의 부모는 아닐 것이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1997년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 꾸준히 팔린다.

비결은 엄마들이 아기를 키울 때 정말 궁금해 하는 내용을 저자가 구어체의 친절한 문투로 전달한 데 있다.

PC통신시절부터 육아 상담을 시작한 하정훈씨는 정말 아이들을 치료하고 상담하기 좋아하는 데다, 늘 공부하고 또 그 내용을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한다.

개정판은 1,000쪽이 넘게 분량을 늘렸고, 다시 찍을 때마다 내용을 고치는 열성적인 저자다.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를 포함해 올해까지 4권의 교육서를 출간한 신의진 교수 역시 ‘내가 여자이고 엄마여서 안다’는 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논조, 소아정신과 의사라는 전문성, ‘적기 교육’이라는 틈새시장 공략이 맞아 떨어진 데다 외모에다 언변까지 좋아 홍보에도 그만인 점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고전과 역사를 새로 써라인문학 분야의 스타 저자들은 고전을 현대 감각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역사인식,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충실하게 역사의 장면장면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재능 등이 높이 평가됐다.

최근 낸 ‘미쳐야 미친다’를 포함해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는 한문학자 정민 교수는 재미와 교훈을 어우러지게 만드는 기획력, 맛깔진 문장력 등이 탁월한 저자로 꼽혔다.

그는 ‘자신만의 대중적 감성과 함께 책으로 낼만한 텍스트를 기획, 편집할 수 있는 종합적 기회력’을 갖추었으며, 그의 글은 ‘한결같이 옛 사람들의 체취를 진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이다.

대중 역사서 장르의 대표 저자 중 한 사람인 이덕일씨는 대중이 호기심을 가지는 역사의 쟁점을 책으로 소화해내는 능력, 다작이면서도 한결같이 녹록치 않은 연구 성과를 담아내는 전문성이 눈에 띈다.

게다가 어떤 면에서는 편집자나 서점 직원보다 더 뛰어난 기획, 마케팅 능력을 보여주는 ‘프로’로 평가 받는다.

‘대한민국사’로 베스트셀러 저자 대열에 오른 한홍구 교수는 현대사를 시사와 연관해 쉽고 재미있게 읽을 기회를 주었을 뿐 아니라, 역사 상식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선 통찰력을 보여주는 글솜씨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각과 실력 겸비한 다작공병호 박사도 다작이면서 내는 책마다 웬만큼 ‘히트’ 치는 저자다.

자기계발서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낸 공 박사의 강점은 현실에서 필요한 주제들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주제를 잡으면 그것을 빠른 속도로 글로, 책으로 옮겨낸다는 점이다.

주제 선정에서부터 실제 집필에까지 녹아 있는 현실감각과 명확한 대안 제시는 그의 특장이다.

이밖에 이인식 소장은 과학을 쉽고 명쾌하게 또 인문학 등 다른 분야와 크로스오버시키는 실력이, 이주헌씨는 대중친화적인 글쓰기 능력과 미술을 매개로 시대를 해석해내려는 의욕이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인기 저자들도 처음에는 무명이었을 것”이라며 “무명 저자를 발굴해 인기 저자로 키우려는 출판기획자는 무엇보다 텍스트를 읽어내는 남다른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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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 상반기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신간  [04/10/21]
 
(기사반영을 토대로 통계를 뽑아보았습니다.)

생각의 나무 - 칼의 노래
새물결 - 발견, 하늘에서 본 지구 366
오래된 미래 - 꽃으로 도 때리지 마라
문학세계사 - 순정만화
물푸레 - 마이라이프
문이당 - 신들메를 고쳐메며
한스미디어 - 아침형인간
문학동네 - 누가 걸어간다
푸른역사 - 미쳐야 미친다
이룸 - 김원일의 피카소


북피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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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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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비룡소에서 나온 이수지의 <동물원>을 읽다가 문득 생각나 같이 읽게 된 책.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쯤으로 제목을 좁게 잡았으면 나았겠다 싶다. 동물원은 단지 배경일 뿐이고, 다시 시작되는 가족 이야기.
앤서니 브라운에게 가족은 언제나 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특히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더.
<돼지책>에서 사회 비판적인 그의 시선 때문에 너무나 좋았는데, 계속 이렇게 시니컬하게 나아가니, 음... 별로다..
그림책, 아니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중이어서 그런가 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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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비룡소 창작그림책 20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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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생태운동가로부터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으며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준비해 온 '슬픈 동물원'이라는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고 이를 존중받아야 하듯, 동물들에게도 그들의 권리가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며 동물원 속의 동물들이 얼마나 큰 권리 침해, 아니 학대를 받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인간들이 무심코 던진 동전들, 이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하마.. 여름 한낱이면 그늘 하나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원숭이들, 깨끗한 물로 갈아 주지 않아 한쪽 눈이 실명된 물개 등등
동물원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이기적인 공간이 아닐까, 그때 생각하게 되었다.
이수지의 그림책도 이런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었다.
어른의 눈에 비친 동물원은 온통 회색톤이다.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동물원.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있는 곳이지만 그 어떤 생명력도 없는 공간.
그러나 아이는 그속에서 꿈을 꾼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동물들과 함께 노니는 꿈을.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는 그림책. 이 둘 사이의 간격은 아마도 현실을 아는 어른과 현실을 모르는 아이 사이의 딱 그만큼의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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