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1.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를 읽고 줄친 내용을 다시 살피다 끄적거려둔 것을 발견했다.

안도현은 자신이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 <닥터 노먼 베쑨>을 이야기했는데, 너무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끄적인 것.

'누군가의 삶에 끼어들어 어떤 순간 강한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책은 무엇이 되었든 읽어봐야 한다.'

 몇쪽을 넘기니 이번엔 공선옥이 쓴 글 꼬랑지에도 끄적여놨다.

'이 책으로 공선옥을 만나다. 이토록 작은 남의 이야기에서 이토록 같이 행복해할 수 있는 사라은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하다. 난 이래서 에세이가 좋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산문이 좋다. 읽어봐야지, 공선옥..'

 또 몇쪽 뒤 곽재구의 글 끝.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끌어들인다. <포구 기행>을 읽고 싶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을 이렇게 담담히 적을 수 있는 그는 다른 곳에 또 무엇을 담았을까...'

 김용석의 글 뒤에는 '거칠다. 관념적이다. 감정이 없는... 그리하여 감동도 없는 글... 전형적인 문화평론가의(90년대 중후반 내가 만난) 글이다.'라는 거친 소리가 담겨 있고, 그 뒤에 이어지는 글들에는 '비슷하다''글맛없음''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거리인데 지루함''관념'이라는 토막난 낱말들이 붙어 있다. 그러더니 이명원의 글에 이르러서는 "평론가들이란 늘 관념으로 글을 쓴다. 그들이 좋아하는 단어들, 욕망(이 글에선 '희망'이란 단어로 대체되었다), 유영, 역설, 모순, 이미지... 멋있어 보이지만 아무것도 없다."라고 적었다.

그러다 장차현실이 쓴 글에서 장애인 딸아이가 담배 피우기를 멈추지 못하는 엄마에게 "담배 자꾸 피면.... 무좀 생겨"라는 경고를 읽고는 새해 소원이 엄마가 죽지 않는 거라는 세모가 생각나 눈물이 났고, 장사익이 쓴 글머리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이 무어냐고 묻는다길래, "만족할 줄 아는 것, 하여 늘 누군가에게 또 무언가에게 고마워하는 것"이라 적어두었다.

이렇게 궁시렁떨며 책을 읽어본 것도 참 오랜만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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