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초점] 2000~2004년 문광부 추천도서 분석 [05/02/14]
 
지방대출판부 약진 두드러져…良書의 길밖에 없다

국내 대표적인 저술지원사업의 하나인 문광부의 추천도서 제도는 어려운 학술교양 출판사들에게 가뭄에 보슬비 같은 존재다. 지난 1967년부터 진행되어온 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자 의의는 ‘출판사의 양서출판 의욕을 고취한다’는 것이다. 출판불황이 운위되는 요즘, 특히 학술출판사들은 정부의 지원에 목말라하지만, ‘양서출판’이라는 정공법을 외면한 채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양서를 걸러내는 일은 서평문화의 일이다. 하지만 서평문화가 빈약한 우리는 부족하나마 문광부 추천도서목록에 등재된 출판사들의 면면들을 통해서 양서를 추구하는 출판인들의 의지와 그 변동추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목록을 분석해보면 대학출판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가장 먼저 드러난다. 2000년, 2001년, 2002년 6종, 5종, 3종에 머물렀던 대학출판부 실적이 2003년 28종, 2004년 30종으로 껑충 뛰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문광부 추천도서가 2003년부터 1백종에서 3백50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양서의 비율 10%를 대학출판부에서 담당하게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측면이며, 그 밑에는 변화를 모색하는 대학출판부의 노력이 숨어있다.

그 외에 두드러지는 점은 지방대 출판부들의 약진이다. 전통 강호에 해당하는 서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역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서울대의 경우 2004년 무려 7종이나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보다는 작년 신규 진입한 경성대출판부가 무려 3종이나 채택됐다는 사실, 재작년 2종과 작년 3종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낸 경북대출판부, 재작년 3종 작년 1종의 수확을 거둔 영남대출판부 등 영남권 대학들에 시선이 머무른다.

특히 부산의 경성대출판부가 학교에서 예산을 대폭 인상 편성 받아 전국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번역, 저술 공모를 해 펴내고 있는 ‘경성대문화총서’는 시리즈로 펴낸 4권 중 3권이 선정돼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보인다. 특히 다른 학교 교수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점, 교수기획위원회를 구성해서 교수들을 기획에 적극 참가시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고전번역, 흥미로운 저술분야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점은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또 하나 짚어지는 사실은 대학출판부의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사실 경성대, 영남대, 경북대, 서울대의 도서 가운데 70% 이상이 교수신문의 서평 지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책들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고, 이는 전문 서평문화는 양서지원의 통로로 기능한다는 점을 증명한다.

한가지 아쉽고 불만스러운 점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동국대 등 수도권의 순위권 대학 부산대, 전남대를 제외한 전라권, 충청권, 강원권의 전멸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광래 교수가 애써 키워놓은 강원대출판부는 이어받는 교수가 없어서인지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 이들 대학들이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문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은 출판부가 이름만 걸어놓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좀더 나가면 교수들의 저술의욕을 고취시키고 학술서를 생산해내야 할 의무를 대학이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문광부 추천도서에서 현재 구분하고 있는 학술서와 교양서의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가령 김욱동 서강대 교수의 ‘강용흘: 그의 삶과 문학’, 홍성욱 서울대 교수의 ‘과학은 얼마나’(이상 서울대출판부 刊)는 누가 봐도 전문학술서이며 관련 학계에서 매우 뜻깊은 학술적 의미를 갖는 저서임에도 ‘교양’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은 앞으로 좀더 면밀한 심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교수신문)


<지난 5년간 문광부 추천도서 중 대학출판부 선정현황>

2000년 : 총 1백종 가운데 6종(이화여대 1, 성균관대 1, 전주대 1, 연세대 1, 성균관대 1)

2001년 : 총 1백1종 가운데 5종(방통대 1, 서울대 2, 고려대 1, 외국어대 1)

2002년 : 총 1백1종 가운데 3종(경남대 1, 서울대 1, 고려대 1)

2003년 : 총 351종 가운데 28종(고려대 2, 서울대 4, 영남대 3, 경북대 2, 삼육대 1, 이화여대 4, 외대 2, 한양대 1, 건국대 2, 단국대 1, 전남대 2, 성균관대 2, 연세대 1, 숙명여대 1)

2004년 : 총 351종 가운데 30종(경성대 3, 고려대 2, 경북대 4, 서울대 7, 영남대 1, 이화여대 3, 방통대 1, 외대 1, 한양대 2, 연세대 2, 가톨릭대 1, 성균관대 2, 단국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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