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출판계 유통망 우선 정비” [05/02/04]
 
김혜경 푸른숲 출판사 사장(53)이 지난 3일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제4대 회장에 선임됐다. 임기는 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91년 푸른숲을 인수한 그는 출판사 여사장 시대를 연 출판계의 대모.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경영·편집 감각에다 쾌활한 카리스마로 선·후배의 신임이 두텁다. 출판 관련 단체장으로도 첫 여성이다.

-중책을 맡았다. 소감은.

“나는 효율성, 합리성을 좋아한다. 그런데 솔직히 단체 일은 그런 것과 거리가 있다. 동료와 후배들의 등떼밀기로 맡았지만 열심히 할 작정이다. 놀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출판계, 특히 인문교양서 출판사가 어렵다. 출판인회의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단행본은 출판의 꽃이다. 인문교양서는 출판의 보석이다. 꽃과 보석이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게 우리 단체의 할 일이다. 내부적으로는 붕괴된 유통망을 정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지난해말까지 서점 4,000개가 문을 닫았다. 작은 출판사일수록 타격이 크다. 외부적으로는 인재를 키우고 국가경쟁력을 갖춘다는 측면에서 부모가 앞장서서 자녀에게 독서를 권하고 자신도 책을 잡도록 설득하는 캠페인을 하겠다. 시장논리를 벗어난 인문교양서를 살리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도서관을 확충해서 좋은 책을 사줘야 한다. 그런데 새 도서관이 생기면 오히려 출판사에 책을 기증하라고 한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현직 출판사 사장으로서 출판계가 위기라는 사실을 느끼는가.

“그렇다. 출판사는 안정된 것 같아도 몇 권만 잘못 내면 금방 망하는 벤처기업이다. 위기감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독자층이 늙어간다는 것이다. 386세대 이후 독서층이 키워지지 않고 있다. 좋은 필자를 발굴하는 것도 힘들다. 청소년을 겨냥한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수준 높은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써주는 필자들이 부족하다.”

-푸른숲은 출판인 사관학교라고 불린다(강병철 이룸 사장, 정은숙 마음산책 사장, 박혜숙 푸른역사 사장, 김학원 휴머니스트 사장, 한혜원 교양인 사장, 지평님 황소자리 사장이 푸른숲 출신이다). 경쟁자를 양산한 것 아닌가.

“출판인들끼리는 경쟁자보다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 각자 최선을 다해 개성있는 책을 만들면 그뿐이다. 다른 출판사 책 때문에 내 책이 안 팔리지는 않는다. 출판사 하면서 책과 함께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 그것이 큰 행복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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