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회장 선거 갈등 치유 계기될까 [05/01/31]
 
이달 24일 선거… 현 회장·개혁요구 후보 2파전
獨도서전 등 국제 행사·출판계 통합 2중의 과제

갈등과 반목으로 끼리끼리 등돌린 출판계가 화해의 봄날을 맞을 수 있을까.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 등 잇따른 대형 국제행사와 출판계 통합의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질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제45회 회장 선거가 이정일(55) 현 회장(일진사 대표)과 박맹호(71) 민음사 회장, 임홍조(65) 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영재교육사 대표)의 대결로 치러진다. 출협은 31일 회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후보 3인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1947년 창립해 현재 900여 출판사를 회원사로 거느리며 국내 출판계를 대표하는 출협의 이번 회장 선거는 특별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황 등으로 출판환경이 워낙 나빠진 데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2007년 유네스코 '서울 책의 수도' 행사, 2008년 국제출판협회(IPA) 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출협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단행본 출판을 대표하는 출판인들이 연대 서명해 '2005 한국출판인선언'을 냈기 때문이다.

'출협이 출판인의 위상을 옹호하고 지식정보시대를 선도할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가'라고 문제제기하며 출협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한 이들은 이정일 회장이 출마 결심을 굳히자 국내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의 하나인 민음사 박맹호 회장을 후보로 추대했다. 선언에 참여한 한 출판사 대표는 "상황이 바뀐 게 없이 선언문만 내고 끝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출판계의 갈등은 외환위기 때 책 도매상과 출판사들이 줄부도를 맞는 상황에서 출협의 대응에 문제를 느낀 단행본 출판사들이 98년 말 한국출판인회의를 창립하면서 표면화했다. 한국 출판계의 맏형이던 출협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출협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선언문이 나오고, 이번 선거에서 그 요구가 정당한지 검증 받자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책 안 보는 사람이 늘어 출판계는 이제 다 망했다"고 만날 우는 소리면서 '자중지란'하고 있으니 그 모양 참 딱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자리 다툼" 정도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국 출판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출판인은 "출판계의 통합은 당위고, 출협의 변신과 개혁은 대세"라고 말했다.

2월 24일 선거로 승패를 가리더라도 출협의 앞날이 밝기만 한 건 아니다. 더 깊어진 출판인들끼리 감정의 골을 메워야 하는데다, 눈앞에 닥친 국제행사 준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누가 되더라도 길게는 한국출판산업 부흥을 이끌어낼 방도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무거운 짐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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