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25시]고전 새롭게 해석한 책들 인기 ... [05/01/28]
 
[박종현기자의 출판25시]고전 새롭게 해석한 책들 인기 침체된 출판시장 돌파구 기대

출판계가 좀체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전의 지혜를 담은 국내 저자의 책이 독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에 출고된 일부 책은 인문학과 출판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전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새롭게 해석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돌베개)와 정민 한양대 교수의 ‘죽비 소리’가 그것이다. ‘다빈치 코드’(베텔스만 코리아)가 지난 1월 중순 150만권이 넘는 판매부수를 올리며 국내 저자들의 책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이들 인문서의 선전 소식은 반갑다.

지난 연말 출간돼 1개월 만에 4쇄를 찍은 신 교수의 ‘강의’는 벌써 3만5000명의 독자를 찾아갔다. 논어 등 동양 고전을 현대적 시각에 맞춰 ‘관계론’으로 풀어낸 ‘강의’는 386 세대는 물론 10대에서 50대까지 모든 연령층의 독자들이 찾고 있다. 500쪽에 이르는 책을 내놓은 돌베개 출판사의 한철희 사장은 “저자의 높은 인지도라는 기본적인 조건 외에도 정보 과잉과 속도의 시대에 성찰을 주제로 한 고전에 대한 접근이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의’의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지난해 ‘미쳐야 미친다’를 내놓고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정민 교수의 새 책 ‘죽비 소리’의 선전도 눈에 띈다. 정 교수의 ‘죽비 소리’는 출간되기도 전에 서점에서 선주문 7000권을 받아 인기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출간 1주일 만에 1만6000권이 팔렸다. 초판 2000부 소화가 지상과제라도 된 듯한 국내 인문서 시장의 상황에서 ‘죽비 소리’의 인기는 눈에 띈다. 더구나 ‘죽비 소리’는 중국 고전이 아닌 우리 조상이 남긴 좋은 문장을 담아낸 것이라 더 의미가 깊다. 정은숙 마음산책 사장은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 문장’이라는 책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죽비 소리’도 우리 것에 대한 갈구, 아름다운 문장을 읽고 암기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에 부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간행돼 각 신문의 ‘올해의 책’에 선정된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소나무)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책의 저자가 일부 유명 집필자에 한정됐다는 것도 지적되지만, 새로운 고전읽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경쟁과 속도를 강조하는 시대에 묵직한 주제의식을 시종일관 담아낸 책이 독자의 관심을 사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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