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문화지형도]-출판-경향신문 [05/01/25]
 
올해도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책은 ‘아침형 인간’이나 ‘다빈치코드’류가 될 것 같다. 단순명쾌한 지침을 주는 자기계발서가 여전히 강세이고 대중소설의 재미를 즐기는 수요가 늘어났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책들도 부쩍 많아졌다. 반면 인문사회과학을 비롯한 교양서 출판은 여전히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계 내부는 어느 때보다 어지럽다. 당장 2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선거를 두고 사분오열의 혼란상이 빚어지고 있다. 10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준비도 미덥지 않다. 판매부진, 유통구조 붕괴, 거대자본 진출, 빈익빈부익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잔뜩 쌓여 있다.

◇어떤 책이 나올까=‘나눠라’ ‘웃어라’ ‘열정을 가져라’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 열풍이 식지 않는다. 이는 ‘미래예측리포트’(박영숙), ‘10년후 세계’(공병호), ‘2010 대한민국트렌드’(LG경제연구원) 같은 미래서와 함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삶의 지침을 준다. 장기불황,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쉽게 선택하는 책들이다.

지난주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 민음사에서 나온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저술가들의 신작도 출간될 예정이다. 다음달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이 김영사에서 출간되며 앨빈 토플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블렌차드의 신작이 출간과 동시에 번역돼 독자를 찾아간다.

20주 넘게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다빈치코드’(댄 브라운)와 지난해 내내 호응을 얻은 ‘연금술사’(파올로 코엘료)가 소설시장을 넓혀놓았다.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카타야마 쿄이치)도 잘 팔리는 일본소설이다. ‘그 남자네 집’(박완서), ‘황진이’(전경린) 등 국내소설도 모처럼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교양과 재미를 함께 주는 외국소설의 판권계약이 활발하다. 댄 브라운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가 5월에 나온다.

심각한 불황을 호소하면서도 대부분 출판사들이 출간 종수를 늘려잡고 있다. 한류바람을 타고 드라마의 원작뿐 아니라 귀여니 등의 대중소설과 경제경영서, 어린이책, 교재 등의 해외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동아시아담론이 강화되면서 교양서의 경우 중국 또는 일본과의 동시출간을 염두에 둔 기획이 늘어나며, 유명세가 없더라도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글을 쓰는 무명 또는 아마추어 필자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국내물과 해외물에 공통된 현상이다.

◇출판계 화합할까=어느해보다 출판계의 화합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10월 19~24일)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인문교양서를 살리고 유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해도 단일 협상창구가 필요하다. 랜덤하우스중앙, 베텔스만 등 다국적 출판사의 공격경영에 맞서 소형출판사들의 공동인프라 구축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연초부터 들리는 소식은 불길하다. 다음달 대한출판문화협회 제45대 회장 선거를 놓고 전집류 출판사와 단행본 출판사로 쪼개졌던 분열상이 재연되고 있다. 단행본 쪽을 대표하는 이정일 현 회장(일진사 대표)이 재선결심을 굳힌 가운데 민음사·한길사·열화당·지식산업사 등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의 원로·중견 사장들이 현 회장체제를 불신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을 단일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이 와중에 성명서에 동의했다고 발표한 일부 출판사 사장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박맹호 회장측은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그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이정일 회장이 재선될 경우 집단적으로 출협을 탈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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