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황진이'' 남북대결  [05/01/23]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기 황진이. 그녀를 놓고 서점가에 때아닌 남북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남한 작가 전경린씨 가 쓴 소설 '황진이'(이룸)와 북한 작가 홍석중이 쓴 소설 '황진이'(대훈서적) 가 나란히 소설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것. 지난주 교보문고 소설 베스트셀러를 보면 전경린의 '황진이'가 3위, 홍석중의 '황진이'가 4위다.

두 책은 출간된 시기도 2004년 8월로 거의 비슷하다. 두 작품 모두 황진이라는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을 주요 줄거리로 삼고 있지만 시각이나 묘사에선 차이가 난다.

전경린의 '황진이'는 남성중심의 신분사회였던 500년전 조선에서 태어나 제도의 틀을 뛰어넘어 자유인으로 살았던 한 여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페미니즘 소설에 가깝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다 지금의 시대적 코드를 결합시킨다. 작품 속에서 황진 이는 끊임없이 사회적인 모순에 도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의 삶과 사랑 에 충실했던 선구적 여인의 모습이다.

전경린씨 특유의 탁월한 문장까지 합세해 이 작품은 지금까지 1, 2권 합해 10 만부가 넘게 팔렸다. 최근 MBC측과 미니시리즈 계약도 체결했다. 전씨 작품의 색채가 여성주의에 가깝다면 한참 늦게 추격을 시작한 홍석중의 북한판 황진이는 휴머니즘에 가깝다.

월북한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은 소설에서 서화담과 황진이의 사랑이야기를 축소하고, 하인 출신의 남자와 황진이의 사랑에 무게를 둔다. 그가 그리는 건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은 인간대 인간의 사랑이다. 휴머니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홍씨는 '남성 대 여성'보다는 '지배계층 대 피지배계층' 구도로 소설을 몰고 나간다. 사회주의 특유의 계급의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북한판 '황진이 '는 북한소설로는 최초로 남한에서 주는 '만해문학상'을 받았고, 영화 판권 계 약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소설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언어다.

전씨의 소설이 맛깔스러운 현대어로 이루어져 있다면, 홍씨의 소설은 투박한 토속어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는 계급의식에 함몰된 사회주의 소설의 한계를 보여준다. 왠지 모르게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정해놓은 메시지를 향해 가고 있다 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인터넷 서점 YES24는 자체 서평에서 전경린의 소설에 대해 "역사와 허구를 매끈하게 꿰어낸 솜씨에 놀랐다”고 평하면서 홍씨 작품에 대해서는 "순수 한국 어 문장 속에 박힌 화려한 비유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두 작품 모두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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