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비판 ‘출판인 선언’ 파장 [05/01/21]
 
리더십에 불신 켜켜이 주류 맞서 “갈아보자”
성명그룹안 단일후보 추진
이정일 현회장엔 포기압력
“반성없이 싸움만”시선도

출판계가 새로운 리더십 창출 문제를 놓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 16일 출판계 주요 원로·중진 출판사 대표들이 ‘2005년 한국출판인 선언’이란 이름의 성명을 발표(본보 1월19일치 참조), 다음달 열리는 출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이정일 현 회장에게 사실상 출마포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전집·아동서 전문출판사들이 주류를 이뤄온 출협과 이에 맞서 출범한 한국출판인회의로 양분되어온 출판계가 과연 이번 사태로 더욱 갈등의 골이 깊게 패일지, 새로운 통합을 이뤄낼 것인지 주목된다.

성명 왜 나왔나=성명 그룹은 올해 출판계 최대 현안인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치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 출협 집행부가 무리하게 행사를 유치했고,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원로·중진들 가운데 출협을 이끌 새로운 수장을 선출해 출판계 통합을 이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 성명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준비 부족이 명분이지만, 근본에는 출협에 대한 오랜 불신이 깔려있다. 출판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통합을 이끌어야 할 출협이 관료화되어 출판계의 구심점 역할과 방파제 역할을 못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파주출판단지 입주 출판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으로 한국 출판계를 대표할 만한 주요 출판인들이 이제는 출협을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단일후보론 확산, 다음주 내 사태 마무리될 듯=성명그룹은 이번 주 안으로 추대할 회장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거론 되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선거 없이 추대되기를 희망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단일화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7명에 이르렀지만 현재 박맹호 민음사그룹 회장과 김언호 한길사 대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 3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현재 출판계에서는 일단 성명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출협개혁론과 단일후보론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에 가깝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사퇴 합력을 받고 있는 이정일 출협 회장은 “출판계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마땅한 근거 제시도 없이 무조건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출판계를 더욱 분열시킬 우려가 크다”며, “현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몇몇 사람이 아닌 출협 회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출마 여부는 다음주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성 없이 싸움만” 곱지 않은 시선도=성명그룹이 처음 언론에 밝힌 서명자 43명 가운데 출협회장을 지낸 시사영어사 민영빈 회장 등 4명은 19일 자신들은 성명서를 본 적도, 성명에 동의한 적도 없다고 출협 회원사들에게 알렸다. 성명그룹 관계자는 “ 빠르게 일을 진행하다가 생긴 착오였다”고 해명했지만 모양새에 먹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출판계 전체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은 그닥 보여주지 못했던 대형 출판사들이 자기 반성은 하지 않은 채 출협에만 개혁을 요구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중소출판사들도 있다. 출협의 한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 행사 자금 모금 등에는 동참하지 않은 채 이제 와서 출협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비난했다.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장기불황으로 최악 시기를 맞은 출판계가 당장 진통은 겪겠지만 치열한 고민으로 이번 사태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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