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선언’의 진의  [05/01/18]
 
[현장기자―권혜숙] ‘출판인 선언’의 진의

“출협 현 집행부가 출판계 발전을 위해 애쓴 저간의 노고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가지고는 안됩니다. 현 집행부가 출판계의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위해 용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합니다.”

18일 오전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 2월 24일로 예정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출판계의 위기를 타개하고,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2005년 한국출판인 선언’이 낭독됐다.

성명은 출협의 자기개혁과 출판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4개 항으로 구성됐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출판인은 을유문화사 정진숙 회장을 필두로 민음사 박맹호 사장, 김영사 박은주 사장 등 60대 이상의 원로들에서 중견 출판인까지 42명에 이른다.

이들을 대표해 회견장에 나선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는 “가깝게는 수년, 길게는 십여년 가까이 출판계 내부의 골이 깊었다”며 “출판계를 통합할 수 있는 지도력을 모아보자는 움직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현 이정일 회장의 재선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후보 한 사람을 내세우기 위한 작업은 아니다” “다만 말하기 어려운 선거관행이 있었다” 등 신중히 고른 단어로 대답을 이어가는 한편 “행간을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이들 ‘서명파’ 내에서 7명의 후보가 추대됐고, 추천을 받은 후보군 내에서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이날 모임의 배경이 현 회장의 당선을 저지하고 새로운 회장 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날 나온 한국출판인 선언은 현 출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의 표시이자 출판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입장 천명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출판의 갈 길은 멀다. 바깥으로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타이베이 도서전이 2월15일 개막하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까지는 9개월이 남았다. 안으로는 불황의 터널이 너무 길어서 고통스럽다. 이번 선언이 출협 회장이라는 감투나 조직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다툼이 아닌 진정 책의 미래를 향한 대장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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