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30대 무대 되다 [05/01/17]
 
작가군 이어 문예지 편집위원 60년대생 전면에
폭 넓은 세대교체 젊은 잡지로 변신

문단의 새해 화두는 단연 세대 교체다. 시대와 분야를 불문하고 세대 교체는 늘 있어 왔다지만 올 벽두 문단의 발걸음은 예년보다 훨씬 재다. 걸음의 폭이 가장 큰 곳이 문예 잡지들. 새해 시작과 함께 주요 잡지의 편집 위원들이 확 젊어졌다. 1960년대 생, 80년대 학번이 문학 비평계의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곳이 '문예중앙'이다. '문예중앙'은 봄호부터 편집 동인 체제로 탈바꿈한다. 권혁웅(37).김형중(36).심진경(36)씨 등 30대 평론가 셋이 초대 편집 동인을 맡았다. 김우현 편집장은 "동인들은 잡지 편집 뿐 아니라 단행본 발행에 대해서도 전권(全權)을 갖는다"며 "젊은 감각에 맞는 젊은 잡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문예중앙' 봄호의 기획 특집 제목은 '한국 문단의 새로운 문법'. 다소 도발적으로까지 들린다. 그러나 신임 편집 동인들은 "잡지들이 정체성을 상실한 지금, 작품 만으로 이야기하겠다는 뜻"(김형중)이고, "갓 등단한 신예도 적극 발굴할 계획"(권혁웅)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정과리(46) 연대 국문학과 교수가 '문학과 사회'(문학과지성사) 겨울호를 끝으로 편집 동인을 물러난 것도 세대 교체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정 교수의 은퇴로 이른바 '문지 2세대'는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수영 주간은 "1950년대 생이 주축을 이뤘던 2세대가 은퇴하면서 60년대 생으로 자연스레 세대 교체가 됐다"고 전한다. 문지는 충원 없이 정 교수를 제외한 6명으로 동인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최연장자가 60년생 박혜경(44)씨고, 67년생 동갑인 김동식.김태환.최승실(37)씨가 막내다.

'문학수첩'도 지난해 말 편집위원을 60년대 생으로 전원 교체했다. 권성우(40).방민호(38).유성호(39).박혜영(39)씨가 신임 편집위원이다. 김병호 팀장은 "주목받는 작가들이 이미 젊은 세대로 옮겨간 상황에서 비평계의 사고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봄호 기획 특집의 제목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 '문예중앙'처럼 '새로운 문학(문단)'을 강조한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문학세계사)도 박철화(39.중앙대 문예창작과)교수를 영입, 편집위원을 셋으로 늘렸다. 봄호부터 외국 시 소개를 강화할 계획이다.

세대 교체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광호(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교수는 "너무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해 주요 문학상은 김영하.한강.천운영.윤성희.김경욱 등 30대 초중반 작가들이 휩쓸었다. 그 문학상의 심사위원인 문단의 원로들이 직접 뽑은 결과다. 문단이 젊어졌다지만, 현재 문단의 원로라는 4.19 세대는 이미 30대 초반에 문단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침체된 문학계가 활로를 찾아 이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봐야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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