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출판시장 불 다시 지피려면…  [05/01/14]
 
[박종현기자의 출판25시]침체된 출판시장 불 다시 지피려면…

출판은행 설립등 업계 자구 노력후
정부차원 물리적 지원 뒷받침 돼야

정부가 미술품을 구입해서 민원실과 철도역사 등 공공기관에 전시하거나 미술품을 빌려주는 ‘미술은행(아트 뱅크)’ 제도가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12일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 활성화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겠다며 ‘미술은행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표하자 출판계는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미술은행’ 방식이 아니더라도 출판계는 비슷한 형식의 출판 진흥책과 활로 개척을 기대했음직하다.

물론 이달 초 문예진흥원이 시 소설 평론 분야에서 1년 동안 총 360종의 도서를 골라 각기 2000권의 책을 구입해 출판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출판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출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물리적 지원과 출판계 내부의 자구책이 함께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는 자구책에 우선을 둬야 한다는 소신을 펴는 대표적인 출판인이다. 그는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젊은 출판인을 돕는 금융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사장은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소자본 독립 출판사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출판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거대 출판사들의 시장 독점과 독서 인구 감소로 출판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시기에 책의 기획서를 사전에 검토해 일정 금액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대출해 주는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수 출판인들은 공공기금 운용 방식의 ‘출판금고’와 조합원 출자 방식의 ‘출판협동조합’ 자금을 원활히 이용하는 제도적 장치 완비가 우선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단행본 10종 이상을 내는 출판사에만 기금 신청 자격을 주거나 10%가 넘는 고이율로 대출 담보까지 요구해 실력 있는 출판인들이 외부 자금을 이용할 창구가 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 출판사를 세운 산처럼의 윤양미 대표는 “여성 출판인으로서 출판계의 자금을 빌려 쓴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면서도 “출판 문화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가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반론도 제기된다. 김종수 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독일처럼 출판유통이 합리화된 구조에서는 판매액이 곧장 파악돼 신용만으로 자금을 빌려쓸 수 있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힘들다”며 “책의 판매량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현실에서 공금을 담보 없이 대부해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종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은 이 견해에 동의하면서 자금 운용 개선을 주문했다. 정 국장은 “공급자로서는 안정적인 운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융자 기간을 연기하고 싶을 때 빚을 변제하고 다시 융자 신청을 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이자만 내고 대출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등 자금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결국 출판에서는 일반 사업처럼 창업자 중심으로 한 창투 방식의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지만, 낮은 이자율로 출판인을 돕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출판인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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