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로 불황탈출?  [05/01/13]
 
(日소설 출판 '봇물'… 연초에만 10여권) 일본소설들이 쏟아지고 있다. 90년대초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 루키 신드롬’을 일으킨 뒤 일본소설은 2만~3만명의 고정 독자군 과 규모를 추정할 수 없는 폭발적인 잠재 독자군을 갖고 국내 소 설시장에서 일정한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몇년째 국내 소설 이 위축되자 출판사들이 출구를 일본소설에서 찾아 한꺼번에 몰 리면서 ‘남은 일본소설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싹쓸이 계 약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일본소설 붐은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요시 모토 바나나 등 손에 꼽을 정도의 스타작가군에 의해 움직이던 지난 10여년간의 일본소설시장과 달리 다양한 세대, 특히 젊은 세대의 작품들이 대거 선보이며 세대교체를 이뤘고 본격 문학뿐 아니라 대중소설까지 확대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같은 일본 소설의 인기는 국내소설의 상대적 위축과 함께 ▲일본출판계가 20 00년대에 10대~20대 젊은 세대 작가군을 대거 발굴해 새로운 감 수성을 담아낸 점 ▲일본소설시장에 잇따른 대중적 초대형 베스 트셀러 등장 ▲현재 아시아권에 공통적으로 호소력을 갖고 있는 감상적 로맨스 코드 등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소 설이 10대부터 시작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소설, 본격문학과 대중 문학 사이의 중간 문학 등 우리 소설 시장의 빈 곳에서 발생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소설 붐〓새해 들어서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집 ‘하 얀강 밤배’(민음사), 재일동포작가 유미리의 ‘그 남자에게 보 내는 일기’(동아일보), 2004년 나오키상 후보 이사카 고타로의 ‘칠드런’(작가정신), ‘동경만경’의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 일요일들’(북스토리) 등 일본 소설 10여권이 출간됐다. 이어 하 루키(문학과사상), 야마다 에이미(민음사), 나오키상 수상작가 이 시다 이라의 신작(작가정신) 등이 줄줄이 출간 대기중이다. 또 이같은 붐을 반영하듯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일본소설 특집’ 을 마련, 나스메 소세키 세대, 무라카미 하루키 세대, 와타야 리 사 세대 등으로 나눠 일본소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 작가들의 새로운 감수성〓‘발로 차주고 싶은 등 짝’(황매)의 와타야 리사와 ‘뱀에게 피어싱’(문학동네)의 가 네하라 히토미는 지난해 10대와 20대초반의 나이로 아쿠다가와상 을 받았다. 이들뿐 아니라 2000년대 들어 일본의 각종 문학상은 잇달아 최연소기록을 깨면서 젊은 세대 작가를 대거 등장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내에서는 10대 독자를 염두에 둔 출판상업주의라 는 비판이 일었지만 국내 출판계에서는 침체에 빠진 문학을 살리 기 위해 기존의 문학적 권위를 과감하게 내던진 시도라며 ‘우리 문단’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주는 젊은 세대작가의 대거 등장은 일본에 서 10대에서 시작되는 젊은 독자를 끌어들였고 이는 우리나라에 서도 같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초 출간된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은 지금까지 5만권 정도가 나갔는데 독자층 대 다수가 중고등학생이다. 최근 번역, 출간되는 일본소설 10권중 5 ~6권은 10대 주인공들의 성장기를 다룬 것들로 귀여니를 제외하 고는 우리 시장에 비어 있는 10대를 위한 소설시장을 겨냥한 것으 로 분석된다.

◈대중적 로맨스〓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소설의 또 한 덩어리는 일본에서 이미 수백만부가 팔린 감상적 로맨스물 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소담), 가야타마 교 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그렇고, 출판계에 서 올 상반기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팔릴 일본 대중소설로 기대 되고 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랜덤하우스 중앙)역시 이같은 감상코드 작품이다. 이는 한류에서도 볼 수 있듯이 ‘눈물과 감 상적 로맨스’가 현재 아시아 문화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한 코드 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동시에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이 엄격하게 분리돼 중간적 소설의 설땅이 없는 우리 소설 지형의 빈자리를 채우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들 작품은 대부분 원작이 영화로 제작됐고, 영화의 국내 개봉에 맞춰 출간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소설이 영화와 함께 소비되는 대중적 마케팅의 힘을 보여준다. ‘지금 만나러 갑니 다’역시 영화개봉을 한달 앞선 2월에 출간될 예정이며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영화화한 ‘69’도 올해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어서 오래전에 나온 류의 대표작 역시 다시 조용한 바람을 일으킬 것 으로 보인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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