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들이 ‘소설’을 집는다  [05/01/11]
 
‘칼의 노래’등 베스트셀러 주요 독자로 급부상

중년 남성들의 귀환인가? 10대부터 20·30대 여성 독자들이 주 타깃인 소설 시장에 40대 중년 남성 독자들이 조용히 컴백하고 있다.

지난해 45만부가 팔린 김훈씨의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의 경우, 40대이상 남성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출판사측은 밝혔다. 출판사로 독자엽서를 보내는 ‘보다 적극적인 독자’의 경우 10명중 7명이 40대이상 남성들이다. 지난해 10만권이 판매된 ‘불멸의 이순신’(황금가지)도 독자의 상당수가 40대 남성들이다.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베텔스만) 역시 일반적으로 20, 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던 기존 소설과 달리 남성 독자들의 비중이 높고, 남성 중에서도 20, 30대보다 40대 이상이 훨씬 많다고 출판사측은 평가했다. 이들뿐 아니라 최근 국내 소설시장을 휩쓸고 있는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혼합한 팩션(faction)을 내놓는 출판사들마다 전반적으로 중년 남성 독자들의 재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연령별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40대 이상 남성독자의 베스트셀러 1위는 ‘다빈치 코드’로 지난 몇년간 경제, 경영서로 특징지어졌던 이들의 독서목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의 진입이 소설시장 전체를 좌우할 눈에 띄는 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중년 남성들의 소설시장 컴백은 세대적 특징, 우리 소설시장의 변화, 사회적 문화트렌드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흥미로운 현상으로 풀이된다.

◈문화 세대의 컴백〓출판계에서는 이들 40대 중년 남성 독자를 지난 90년대 중, 후반 인문교양시장에서 대거 이탈한 광범위한 386세대로 보고 있다. 90년대초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구매력을 갖게 된 이들이 인문 교양서를 소비하기 시작하자 이들을 겨냥한 교양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김수한 ‘생각의 나무’편집장은 “하지만 90년대 중, 후반에 이들이 자신들을 위한 교양서가 아니라 자녀를 위한 아동도서와 청소년도서 구매로 돌아서면서 인문, 교양시장이 위축됐다”며 “최근 역사적 사실, 지적인 교양을 허구와 결합한 소프트한 인문적 소설 장르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이들을 다시 유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이들 40대 남성소설독자들은 역사물, SF, 추리물을 읽던 기존의 장르 독자군과 다르며 교양소설의 등장이 새롭게 발굴한 독자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소설로 돌아온 40대이상 남성독자들의 특징으로 “문자와 책에 대해 애정을 지닌 세대로 책에 대한 일정한 안목을 갖추고 있어 외형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구매력을 지닌 ‘읽을 준비가 된 독자군’”이라고 평가했다.

◈실용에서 퓨전적 교양으로〓최근 역사추리소설 등 팩션의 인기에 주목, 다소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가벼운 ‘추방’을 시작으로 새로 소설시장에 뛰어든 넥서스의 이미현 홍보팀장은 ‘사회발전단계에 따라 이제 샐러리맨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자질이 실용에서 교양으로 확대됐고, 이에 따라 남성 독자들이 일정한 독자층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대기 수요’앞에 때마침 일정한 지식을 담아낸 팩션이 국내 소설 시장에 등장하면서 이같은 소설의 소비가 교양을 재미있고 쉽게 충족시켜줄 것 같은 충만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식 팩션은 아니지만 ‘불멸의 이순신’과 ‘칼의 노래’역시 실제 역사라는 교양적 지식을 전해주고 있으며 ‘칼의 노래’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해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시사적 교양을 충족시켜주는 듯한 효과를 낳았다.

◈중산층의 신풍속도〓지적인 소설과 함께 40대 남성들이 새로 소비하기 시작한 분야는 바로 고전. 민음사는 최근 40, 50대 남성들이 ‘세계의 명작’을 100권씩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처음에는 자녀들의 논술·독서용 구입으로 해석했다가 최근에는 중산층의 새로운 문화라는 흥미로운 시각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한다. 꽤 많은 경우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읽는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주5일제 확대로 주말이 여유로워졌지만 경제 불황때문에 여가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말에 자녀와 함께 책을, 때로는 같은 책을 읽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풍속도”라며 팬터지를 읽을 수도 그렇다고 이문열, 황석영의 책을 함께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전이라는 유용한 공통분모를 찾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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