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 ‘변화의 시대’ 연다  [05/01/06]
 
문지 30돌, 민음사 내년 40돌, 현대문학 50돌 맞아 새길 모색

한국 현대 문학사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며 문학출판의 중심을 이뤄온 문학과 지성사(이하 ‘문지’), 민음사와 현대문학이 올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문지는 올해 30주년을 맞았고, 내년 창립 40주년을 앞둔 민음사는 새해 들어 지난 39년간 민음사를 이끌어온 박맹호사장 체제를 마무리하고 2세대 체제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대문학은 1월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이들 출판사들은 이를 기념하며 각종 행사를 준비중인데 이 과정을 통해 공통적으로 자사의 개별성과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체질개선과 현장감있는 출판’(문지), ‘전통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변화’(민음사), ‘현대문학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난 과감한 출판’(현대문학). 이렇게 방향을 잡은 이들 출판사들이 풀어낸 변화의 공통방향중 하나는 기존의 문학 중심에서 벗어난 보다 유연한 출판영역의 확대로 모아진다. 이는 문학 시장의 위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학이외의 다른 문화영역의 상대적 확대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기도 하다.

◈문지

문지는 올해 12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채호기 문지 대표는 “지난 30년간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한 것이 우리의 주요한 성과였다”며 “문지는 지난 2000년 세대교체후 그간 출간하지 않았던 아동서적, 수필집 등을 내면서 출간영역을 넓히며 변화를 모색했다. 이같은 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채대표는 “다만 30년에 들어서면서 몸이 둔해진다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체질개선도 하고, 보다 현장감있는 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시리즈들을 다듬고, 인문·사회과학 쪽에서 새로운 기획과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지는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문지 30년사 발간 등을 준비중이다. 정식 사사를 발간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문지 1세대들의 기록은 남겨놓아야한다는 판단 아래 간이 문지 30년사를 내놓기로 했다. 이는 일반 기업의 사사와는 다르게 30년간 문지에서 활동했던 문지의 주역들이 지난 30년간의 문지와 문학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묶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문지측은 문지의 탄생, 문지의 설립과 70년대, 문지적 자기 설정과 참여 방식 등 10여개의 소주제를 정했고 문지 1세대인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씨, 2세대인 문학평론가 정과리씨, 3세대인 문학평론가 이광호씨 등이 총출동해 글을 쓰고 있다.

◈민음사

지난 4일 이뤄진 민음사 2세대 교체과 관련해 박맹호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감각을 위한 1.5선 후퇴”라며 세계문학전집 출간 등에 대해 여전히 의욕적인 활동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음사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문학과 인문이라는 기존의 민음사 제작방향의 양대축을 유지하면서 세대교체에 따른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0주년과 올해 세대교체 등을 통해 한 시대의 마침표를 찍는 민음사는 올해 민음사 출신 편집자들을 초대해 한자리에 모으는 ‘홈커밍데이’를 마련할 계획이다.

1966년 민음사가 문을 연 직후 박맹호 회장의 부탁에 따라 사랑방손님처럼 민음사에 매일 드나들며 기획아이디어를 던지곤 했던 시인 고은씨부터 최근의 소설가 권지예씨에 이르기까지 문학, 출판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모일 것으로 보인다. 1대 주간이었던 소설가 김원우, 2대 주간 시인 황지우, 3대 주간 시인 최승호씨를 비롯해 이갑수 궁리 대표, 이동숙 한국프뢰벨 이사, 정홍수 강 대표, 김수영 해냄 주간,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시인 이진명, 문학평론가 서영채, 문화평론가 강상희씨 등이 민음사를 거쳐간 문인들이다.

◈현대문학

1955년 1월 창간 첫호를 낸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이번에 5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현대문학사는 ‘현대문학’ 2005년 1월호를 50주년 기념호로 냈다. 500여 페이지에 가까운 의 두툼한 특집호에는 소설가 박경리, 현기영씨 등이 축하메시지를 보냈고, 소설가 최일남, 박상륭, 김원일, 조정래, 김훈씨가 신작 단편을, 시인 고은, 황동규, 이승훈, 정현종, 고형렬, 박상순씨 등이 시를 실었다. 특히 프랑스 작가 미셀 투르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쿳시 등의 특별 기고도 실렸다. 양숙진 대표는 “현대문학이 갖는 위치, 이미지가 지금까지 하나의 무거운 구속력으로 작용했다. ‘현대문학이 이런 책을 내놓다니’라는 반응을 걱정해 과감한 작품들을 내놓지 못했었다”며 “이제 50년을 맞아 이같은 압력을 벗어던지고, 과감하고, 발랄한 작품들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학중심에서 벗어나 예술, 전기 출간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문학안에서도 보다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들을 발굴, 내놓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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