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 읽는 사회라야 희망 있다-한국일보 [05/01/04]
 
우수한 한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독서량이 줄고 있어 걱정이다. 도서 출판량이 준 것은 장기불황 탓도 크다고 할지라도, 독서량 자체가 줄고 있는 데 심각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출간된 신간서적은 7,800만 권으로 1997년보다 59%나 감소했다. 또한 한국일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 해 연평균 독서량은 6.6권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평균 독서량은 2002년에 10.0권, 1999년 9.3권, 96년 9.1권이었다.

독서 취향도 경박해지고 있다. 지식과 교양을 넓히기 위해 인내심을 지니고 읽던 인문사회과학, 철학, 종교 등의 출판량과 독서량이 동시에 줄었다. 대신 읽기 편한 문학서나 경제경영ㆍ건강ㆍ요리 등 실용서로 쏠리고 있다.

진지한 자기성찰과 이성적 사유를 멀리하고, 당장의 즐거움과 쓸모를 추구하는 문화풍토가 가볍고 위태로워 보인다. 개인이든 민족이든, 출판과 독서에서 경중(輕重)이 균형을 이룰 때 건전한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우리 교육ㆍ문화환경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강조했던 고등학교 때까지의 독서교육이 지나치게 문학서 위주로 진행되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싶다. 인문사회과학서나 철학서 등과 균형을 맞추어, 성인이 된 후에도 폭 넓은 독서를 하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독서 취향이 바뀌는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책문화에서 인터넷 등 전자문화로의 변화가 깔려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기 시작한 ‘TV 안 보기’ 운동도 의미가 작지 않지만, 우리의 독서환경을 보다 획기적으로 변화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일본의 6분의 1 규모에 불과한 도서관(2003년, 국립 1개, 공립 462개)을 대폭 선진화 시키고 확대하는 일 등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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