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문학평론 ‘천운영 돌풍’ [05/01/04]
 
올해 중앙 일간지의 신춘문예 평론부문은 ‘천운영’으로 도배하다시피했다. 경향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의 당선작이 모두 젊은 작가 천운영(33) 작품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새해 들머리에 천운영은 평론 당선자들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의 어떤 매력이 실력 있는 예비 평론가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걸까.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 천운영의 간략한 이력이다. 이제 막 ‘신예’의 경계를 벗어난 그는 ‘바늘’(2001) ‘명랑’(2004) 두 권의 소설집을 갖고 있다. 그가 부리는 언어, 그가 세상을 보는 각도와 문제의식은 기존의 것과 달랐다.

염무웅씨 등 문학평론가들은 “천운영의 소설은 낯설고 이색적이다. 과거 우리 문학에 왕왕 드러났던 지식인적 서술자의 책임감, 가책과 명백히 다르다”고 평한 바 있다.

‘소멸을 창조하는 역설적 사제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천운영론을 쓴 경향신문 당선자 강유정씨(30)는 “최근의 여성 작가들에게서 동어반복적인 주제들이 많이 나타나는 데 비해 천운영의 작품들은 미학적으로 확연히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운영 소설은 체감적으로,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데, 인간의 도착적인 면과 내면적인 욕망을 형상화해주고 있다”고 상찬했다.

서울신문 당선자 차미령씨(29)는 “천운영은 동세대 작가 중 가장 개성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라고 진단했다. 차씨는 이번에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이란 글로 천운영 작품을 분석했다. 그는 “천운영의 소설은 지난 연대의 여성소설과 비교해도 다르고, 요즘의 여성소설과도 차이가 난다”며 “여성소설 하면 여성 특유의 문체 감각이 운위되기 쉬운데 천운영은 도착성, 공격성 등 다른 키워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이남호 교수(고려대)는 “어떤 소설은 매력적이면서도 평론가들이 할 얘기가 별로 없는 경우가 있는데, 천운영의 작품들은 이끌어낼 이야기가 널려 있다”며 젊은 평론가들이 그를 주목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런 인기에 대해 정작 천운영 자신은 “왜 그럴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볼 때 평론가들이 얘기하기 쉬운 소설이어서 그런 것 같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젊은 평론가들의 몫인데 저의 작품들은 그 점을 어느 정도 충족해주고 있는 듯 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뱉었다.

천운영론의 강세는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였다. 비록 표절시비로 당선이 취소되긴 했으나 한모씨가 지난해 동아일보에 응모한 ‘식(食)의 정치학, 우주학 상상력’도 천운영론이었다.

평단은 앞으로 천운영이 몰고 올 돌풍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창비가 주관하는 제21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자가 되었고, 동시에 문예진흥원에서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상금 5천만원) 수상자로 뽑혔다. 지금은 계간 문학동네에 장편 ‘잘 가라, 서커스’를 연재 중이다.

한편 올해 경향신문 문학평론에 당선한 강유정씨는 조선일보 문학평론에 당선하고, 동아일보 영화평론에도 가작 입선해 신춘문예 3관왕을 차지했다. 1961년 이근배 시인이 시조부문에서 3관왕이 된 이후 첫 기록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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