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2004년 문화계-출판] - 파이낸셜뉴스 [2004. 12. 30]

[다시보는 2004년 문화계-출판] 불황속 한자학습書 히트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불황을 겪은 한해였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이 지난 81년 문을 연 이후 올해 처음 매출 감소를 보여 이를 잘 뒷받침한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2004 교보문고 도서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광화문점의 경우 도서매출액은 950억원으로 지난해 959억원에 비해 0.91% 감소했다.

참고로 광화문점은 광복 이후 최악의 불황이었던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비록 소폭이나마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대형 서점의 실적을 고려해볼 때 중소형 서점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30% 정도의 매출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서분야별 판매량 증감 추이를 보면 경제분야(4.4%), 외서인문분야(4.0%), 일본서적분야(9.7%)만 4%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보였을 뿐 나머지 분야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소설 11.8%, 컴퓨터 15.3%, 유아 10.4% 등은 두자릿수 이상 감소, 점차 실용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올해 출판계는 설상가상으로 대덕문구(헤브론)의 부도에 이어 어린이책과 동문서적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중소 출판사의 경영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 세 곳은 모두 전통적인 서점을 중심으로 한 영업망이 아닌 할인마트 공급업체로서 그동안 수익이 나지 않은 출혈 영업을 해온 탓에 부도가 난 것이다.

국내 출판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틈을 타 외국 거대출판사의 자본이 국내에 속속들이 들어왔다.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통합법인 ‘랜덤하우스중앙’을 설립한데 이어 베텔스만이 대교에 거액을 투자, 출판계를 긴장시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본구조와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우리 출판업계 측면에서 보면 랜덤하우스중앙의 탄생은 국내 유명 필자와 해외 유수한 저작물들의 독점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돈 놓고 돈먹기’ 식의 게임으로 변질된다면 그나마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온 버팀목이 무너져내릴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 이같은 불황의 그늘에서도 ‘마법천자문’이 한자 학습 돌풍을 주도하며 200만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기획한 ‘마법천자문’은 상품의 개발단계에서 출판사와 저작자간의 긴밀한 협조체계, 그리고 과감한 마케팅으로 출판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