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문화계 결산-출판부문(경남도민일보) [04/12/27]
 
서점가 ‘악재’ 속 작가만남 ‘활발’

올해 출판계 상황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매출 감소’로 대표될 만하다. 외환위기 원년에도 소폭 매출이 늘어 주목을 받았던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81년 문을 연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 ‘사상 최고의 불황’은 그저 하는 말이 아니었다.

사정이 이럴진대 지역의 영세한 서점들의 고통은 쉽게 짐작된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 후년이나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던 교보문고 창원점이 내년 5월 입점이 확정되면서 지역 서점계가 큰 시름에 빠졌다.

지난 2002년 부산 뿐 아니라 도내 서점업계가 총출동해 교보문고 부산점 진출을 막았으나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때 맛보았던 패배감은 창원점 입점이라는 눈앞의 위기를 두고도 달리 투쟁할 힘을 빼앗아 갔다.

대형서점 창원 입점 확정…지역영세서점 타격 ‘불보듯’

지역 서점 업체들은 창원점 입점이 ‘더 작은 규모의 도시 공략을 위한 발판’인 점과 ‘교보가 들어오면 영풍·리브로가 따라온다’는 설을 대며 앞으로의 파장을 걱정했다. 지역서점 매출은 30% 정도 급감할 것이고, 올해 말과 내년 초가 되면 마산 창원 합해 110개 남짓한 서점 중 적어도 30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명 작가들의 도내 강연이 매우 잦았던 한 해였다. 창원에서 열린 ‘책문화축제’와 노동문학회 참글이 주최한 ‘함께 꿈꾸는 문학세상’을 비롯해 각 지자체와 크고 작은 단체들이 작가와 도민의 만남을 주선했다. 통영시는 <칼의 노래>의 김훈씨를 초대해 통영과 이순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불멸의 이순신>의 김탁환씨도 책문화축제 강연을 다녀갔다. 시인 백무산·신경림, <바람의 파이터>의 방학기·<실상사>의 정도상씨, 그 외 ‘수수팥떡’ 운영자 최민희씨, 동화작가 소중애씨, 한길 출판사의 김언호씨와 <고래가 그랬어>의 김규항씨도 독자들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마산과 창원을 다녀갔다.

김훈 등 유명작가 강연 성황…출판계 ‘팩션’ 신조어 붐

올해 3회째를 맞은 ‘창원 책문화축제’는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 10년을 맞아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창원시가 1억 원을 들인, 창원시가 주최하는 행사로 바뀌었다는 데서 안정된 자리를 꿰찼다고 평가된다. 행사가 너무 많아 집중력이 떨어졌고, 장소 또한 여기 저기 떨어져 있어서 산만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세상이 읽힌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했다. 욘사마 열풍으로 대변되는 한류 붐은 유례 없는 한국소설 판매 실적을 남겼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대장금> <겨울연가> 등 드라마의 부속품으로 출판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중국의 존재가 여러모로 부담스럽게 다가온 한 해였다. 한자 학습열기가 주로 학습만화와 연계돼 붐을 일으켰다. <마법천자문> <살아있는 한자교과서> 등이 그것.

중국과 관련해 또 하나 떠오른 단어는 ‘고구려’.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에 눈을 뜬 독자들이 ‘고구려를 바로 알자’ 혹은 ‘우리 역사를 바로 알자’는 데 동참했다. 최근 거시적 관점의 역사서에 비해 어깨에 힘을 뺀 일상사·생활사를 다룬 책들도 역사서 호황에 한 몫 거들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기침체에 개점이래 첫 매출 감소

역사 속 인물이 유난히 주목을 받은 한 해였다. 출판가에 ‘이순신 붐’이 일었다. 인물평전도 줄을 이었다. 난세 영웅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다.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희망을 갖고 싶어했다.

이보다 매우 구체적인 희망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경제·경영서들은 개인의 경제적인 마인드를 제고하는 책이 많았던 반면 올해는 주로 ‘땅테크’로 집약된 방안·실용서들이 주류를 이뤘다.

무엇보다 ‘팩션’이라는 신조어가 주목을 받았다. 사실(팩트)과 허구(픽션)가 결합된 소설과 평전 혹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퉜다. 연초 <아침형 인간>, 연말 <다빈치코드>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로 출판계 장기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코드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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