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는 울고 모나리자는 웃었다 [04/12/24]
 
[책마을]교보문고는 울고 모나리자는 웃었다

출판계는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책이 지출의 최우선 기피대상이 됐다. 불황을 타지 않는다는 아동서적 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업체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됐다. 지난해말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의 행로가 다국적 출판자본의 국내진출 시금석으로 주목받았다. 외국소설인 ‘다빈치코드’와 ‘연금술사’가 줄곧 베스트셀러 수위를 지키면서 국내작가와 편집자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했다.

#‘다빈치’가 주도한 팩션열풍

‘다빈치코드’(댄 브라운)의 선전이 눈부시다. 이번주까지 16주째 베스트셀러(출판인회의 집계), 1백20만부 판매기록을 세웠다. ‘다빈치코드’ 때문에 팩션(faction)이라는 장르가 널리 알려졌다. 역사적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팩션은 역사추리의 형태를 띠며 재미와 함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소설로 자리잡았다. ‘천사와 악마’(댄 브라운), ‘단테클럽(매튜 펄), ‘진주귀고리소녀’(트레이시 슈발리에), ‘4의 규칙’(이안 콜드웰) 등이 서점가를 장악했다.

#시대가 엉망이니 자서전 인기

대안부재의 막막한 현실에서 삶의 지침이 되어주는 자서전·평전이 줄을 이었다. 경제·사회 전반의 ‘차이나 쇼크’에 힘입어 ‘후진타오’(런즈추), ‘덩샤오핑평전’(벤저민 양), ‘송미령평전’(진정일)이 나왔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칸트평전’(만프레트 가이어), ‘체 게바라-20세기 최후의 게릴라’(장 코르미에) 등이 선보였다. ‘문익환평전’(김형수), ‘김남주평전’(강대석), ‘한용운평전’(고은), ‘이중섭평전’(고은), ‘최승희’(정수응) 등 국내 인물도 가세했다. ‘칼의 노래’ ‘불멸의 이순신’ ‘이순신의 두 얼굴’ 등 이순신 붐도 난세인식의 반영이다.

#인문서의 실용화

실사구시의 철학을 담은 실용적 인문서가 인기를 누렸다. ‘미쳐야 미친다’(정민), ‘책문’(김영완),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처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책은 발상의 전환과 마니아정신으로 승부하라고 가르친다.

#‘땅테크’ 책 꾸준히 팔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 상반기 자기계발, 경제·경영서 시장을 독주했으나 꾸준히 팔린 것은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에서 상대적으로 피해갔던 땅테크 관련서였다. ‘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한국의 땅부자들’(조성근), ‘돈 되는 땅 따로 있다’(박용석), ‘사야 할 땅 팔아야 할 땅’(안명숙) 등이 주도했다.

#스토리만화의 힘

작년 11월 첫 출간됐던 ‘마법천자문’(시리얼)이 1년 만에 2백만부를 넘어섰다. ‘서유기’의 이야기구조를 빌려와 학습과 놀이를 결합시킨 이 한자책은 시리즈 20권 가운데 6권밖에 나오지 않아 완간될 경우 1백만질 판매까지 기대된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성공을 잇는 ‘마법천자문’의 성공으로 스토리만화의 성공가능성이 확인됐다.

#출판계도 한류로 웃어

중국에서 김하인의 ‘국화꽃향기’는 해적판까지 합쳐 3백만부나 팔렸다. ‘가을동화’ ‘엽기적인 그녀’ 등 영상물과 결합된 책도 없어서 못판다. ‘상도’(최인호)와 귀여니의 책들도 인기다. ‘대장금’의 원작소설은 대만에서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부 이상 팔렸다. 일본에서는 ‘겨울연가’ 원작소설이 1백20만부 판매됐다. 한류에 편승해 출판계도 발빠르게 대응했다.

#주요 도서전 주빈국 선정

2005년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2005년 대만도서전, 200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등 국제도서전을 유치했다. 특히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의 성공여부가 주목받는다. 조직위원장이 바뀌고 집행위원장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데다 2백65억원의 예산 가운데 절반밖에 마련하지 못해 갈 길이 멀다.

#업계 양극화

랜덤하우스중앙이 올해 매출목표 3백억원을 초과 달성했으며 1천억원 매출을 준비 중이다. 민음사 넥서스 김영사 시공사 삼성출판사 등이 3백억원대, 영진닷컴 북21 등이 2백억원대,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베텔스만 열린책들 아이세움 대교 계림 등이 1백억원대이다. 전체적으로 30여개 출판사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다.

-교보문고도 개점 이래 첫 매출감소-

교보문고가 올 도서판매 동향 및 연간 베스트셀러 집계자료를 발표했다. 교보는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도서구입비 지출감소, 도서출판시장 매출 급감을 톱 뉴스로 꼽았다. 1981년 개점 이래 23년간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이던 광화문점의 매출이 0.91% 감소하고 99년 생긴 인터넷 교보문고의 신장률도 최저(11.6%)였다.

교보는 또 ▲독자들의 기호 다양화와 전문화, 차별화된 기획출판으로 베스트셀러 집중추세가 완화되고 ▲인터넷서점들이 배송료 무료, 가격할인 전략을 폈으나 수익창출에 실패했으며 ▲2008년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이후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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